그렇다. 요즘 '삼둥이 아빠'로 더 익숙했던 송일국은 확실히 배우였다. 분노하고 비장하게 희망을 품고, 아버지의 죽음에 오열하기까지 송일국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극을 휘어잡았다. 배우 송일국의 진가가 발휘되는 작품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KBS 1TV 드라마 '장영실'(극본 이명희 마창준, 연출 김영조) 4회에서는 장영실(송일국 분)이 수력 혼상을 만드는데 성공한 후 명나라로 떠나려했지만 실패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장영실의 아버지인 장성휘(김명수 분)는 결국 죽음을 맞았다.
장영실은 장성휘와 힘을 합쳐 혼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장성휘는 아들이 더 넓은 곳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이별했고, 장영실을 김학주(김대종 분)를 따돌리고 명나라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면서 명나라행은 또 다시 좌절됐다.
눈물로 헤어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다시 만나게 된 장영실. 그는 아버지에게 직접 수의를 입혀주면서 오열했다. 비통함이 담긴 오열은 송일국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서 시청자들의 가슴에 더욱 잘 전달됐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안방극장을 꽉 채운 송일국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대한과 만세가 깜짝 출연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장영실'은 유교만이 세계의 질서로 여겨지던 시대에 천출로 태어나 평생을 노비로 살 뻔했으나, 궁에 들어가 15세기 조선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를 만들어 내는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송일국이 장영실 역할을 맡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삼둥이 아빠로 더 바쁘게 살았던 그다. 실존 인물, 호흡이 긴 사극에 출연하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분명 있었을 터다. 특히 삼둥이 아빠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연기자 송일국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송일국은 첫 회부터 우려를 씻고 배우 송일국으로 온전히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분노하고 비장하기도 하고, 비굴하기도 했던 캐릭터의 다양한 면을 특유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혼상의 원리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아버지와 눈물로 이별하고, 또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대면했을 때의 절망감 등이 그의 연기를 통해 잘 살아났다. 삼둥이 아빠 송일국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에는 몇 분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 송일국표 장영실은 기대로 바뀌었다. 송일국은 원래 '해신'과 '주몽', '바람의 나라' 등 사극에 유독 잘 어울렸던 배우. 안방극장에서 모습을 보지 못했던 시간이 길지만 그는 여전히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극이 전개될수록 더 빛을 발할 송일국의 강렬한 존재감과 압도적인 연기 투혼의 시너지가 더 기대된다. /seon@osen.co.kr
[사진]KBS 2TV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