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엄마’, 이문식은 왜 불한당이 됐나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11 06: 58

 ‘엄마’에서 사람 좋기로 이문식을 따라갈 인물이 또 있을까. 그런 그가 신성우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대낮부터 술에 취해 아내에게 패악을 부리는 불한당으로 전락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엄마’에서는 태헌(신성우 분)이 옛 연인 윤희(장서희 분)를 찾아와 다시금 하나(김수안 분)가 자신의 딸임을 상기시켰다. 이미 하나와 만나 데이트 아닌 데이트까지 했던 태헌의 막무가내식 행보에 윤희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헌은 최근 힘든 일이 계속 겹쳐 괴로움에 눈물을 쏟는 윤희의 손을 붙잡고 손수건을 건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감동의 재회를 위해 윤희의 남편인 상순(이문식 분)이 ‘천하의 몹쓸 놈’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윤희를 등졌던 태헌 만큼 나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상순이 어떤 사람인가. 가방끈은 짧고 가진 것도 없지만 누구보다 착한 심성을 가진 캐릭터다. 엄사장(박영규 분)의 운전기사로서 불평불만 없이 성실하게 일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렸던 그다. 그런 상순이 엄회장의 초대로 가족 만찬에 가서 술에 잔뜩 취했다. 당연히 할 말 못 할 말을 가릴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야말로 ‘진상’이었다.
윤희는 대낮부터 만취한 남편을 가게로 데려갔다. 바로 직전 나미(진희경 분)에게 무시를 당한 터라 기분이 안 좋은 상황에 남편이 곱게 보일 리가. 짜증을 내는 윤희에게 상순은 “내가 그렇게 창피한가. 그럼 살지 말자”고 막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태헌이 이 광경을 목격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전개다.
손을 맞잡은 윤희와 태헌이 아련한 그림을 연출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이 장면을 위해 졸지에 불한당으로 전락한 상순을 떠올리니 더욱 그렇다. “네가 이렇게 된 게 다 내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태헌에게 윤희는 태연한 척“나 잘 살고 있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떨궜다. 10년 전 헤어진 연인의 애틋함을 자아내기 위해 ‘정말’ 잘 살고 있던 윤희의 남편을 돌연 주폭자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어질 ‘엄마’ 이야기에 혼란이 배가되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엄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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