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이석훈 감독)가 산악 영화가 갖고 있었던 징크스를 깼다. 보통 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작품성이 어떠하든 흥행에서 큰 성공을 맛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영화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히말라야'가 거둔 700만 관객 돌파라는 성적은 꽤 오랫동안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 될 전망이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히말라야'는 지난 10일 하루 15만 2,465명의 관객을 동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섰다. 누적관객수는 708만 999명.
'히말라야'는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그간 국내에서 개봉했던 산악 영화들은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최근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에베레스트'는 33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2003년 개봉한 '빙우'도 당시 2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참패를 맛봤다. 감동적인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다 해도, 극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히말라야'는 산악 영화의 신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성공은 무엇보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버무리는 '한국형 휴머니즘'의 힘이 컸다. 주·조연을 막론, 각기 개성 있는 캐릭터로 앙상블을 이룬 배우들의 연기는 이 같은 휴머니즘을 살리는데 크게 일조했다. 특히 황정민과 정우는 죽음의 위험도 감수하는, 산악인들의 뜨거운 우정을 절절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실화 영화라는 점도 영화에 강한 존재감을 부여했다. 이 영화는 산악인 엄홍길과 박무택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산악인의 알려진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것은 개봉 전 리스크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관객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는 내용에 감동했다.
감독이나 배우들은 자신들의 작품 개봉을 앞두고 "모든 것은 관객들의 몫"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떤 내용과 의미를 넣든지, 전문가들이 어떤 평을 하든지, 이를 보기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는 의미다. '히말라야'에는 700만 관객이 응답했다. 이는 결코 의미없는 숫자가 아니다. /eujenej@osen.co.kr
[사진] '히말라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