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이 ‘응답하라’ 시리즈를 흥행시킨 4년 동안, 드라마계에는 수많은 신선한 얼굴들이 수혈됐다. 이 시리즈는 ‘1997’의 서인국과 정은지, ‘1994’의 정우와 유연석 등 각각 가수 출신이거나 여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배우들이 극의 주역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영화계에서 활약 중이던 ‘명품 조연’, 동룡 역의 이동휘와 정환 엄마 역의 라미란은 물론이고 차근차근 이름을 알려 오던 고경표와 박보검 등은 ‘응팔’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밖에도 ‘응팔 최대 수혜자’ 타이틀을 목에 걸며 전에 없던 큰 사랑을 받은 배우들을 짚어 봤다.
# 형제는 용감했다, 안재홍·류준열
‘응팔’의 진정한 최대 수혜자는 정봉(안재홍 분)과 정환(류준열 분) 형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꽤 흥행에 성공했던 독립영화에 얼굴을 비춘 적이 있다고는 하나 존재감이 미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시청자들은 ‘응팔’ 하면 자연스레 김씨 형제의 얼굴을 떠올릴 터다. 각각의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지만, 아이처럼 별똥별을 같이 보자고 조르는 정봉과 투덜거리면서도 형의 옆에 누워 주는 정환의 형제애가 두 배우의 열연으로 빛을 발했다.
# 이 사람이 그 사람? 김선영
필모그래피를 훑다 보면 “아, 거기 그 사람”하고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역들을 맡아 왔던 김선영이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소통과 거짓말’에서 보여줬던 연기는 가히 압권이었다. 그가 영화 초반 혼자 힘으로 버텨냈던 10분 남짓의 롱테이크는 영화제에서 발견한 최대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그런 김선영이 ‘응팔’의 애교 많은 경상도 아줌마로 변신했다. 시어머니의 심술에 집을 뺏길 위기에 처한 선영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터지는 눈물을 연기할 때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이 사람이 그 때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늦게 빛을 본 만큼 더 다채롭게 변신할 김선영이 반갑고 기대되는 이유다.
# ‘쌍문동 장만옥’, 이민지
독립영화계의 수많은 ‘전도연’ 중 한 명이던 이민지는 ‘글로 배운 연애’를 주워 섬기는 그 나이대 여고생을 완벽히 소화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찹쌀떡 같이 뽀얀 피부와 웃을 때마다 반달 모양으로 접히는 눈이 고등학생의 풋풋함을 배가시킨 한편 교정기를 착용해 힘겹게 다물린 입술이 뾰루퉁해보이는 것까지 만옥 역에 딱 들어 맞았다. 앞으로 2회를 남겨 두고 있는 ‘응팔’에서 극 중 미옥(이민지 분)이 정봉과의 슬픈 로맨스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 이렇게 스윗한 남자였다니, 최무성
최무성이 여태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 줬던 캐릭터는 악당이나 경찰 같은 험상궃은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선보였던 멜로 연기는 불륜이었다. 친구 장경철(최민식 분)과 자신의 아내가 정사를 벌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웃던 ‘악마를 보았다’의 태주로 가장 많이 기억되는 배우다.
그 최무성이 ‘응팔’에서는 본격 중년 로맨스의 주인공이 됐다. 그저 이웃사이인 줄만 알았던 김선영에게 어느날 문득 “선영아”라고 이름을 불렀을 때 많은 ‘응팔’ 팬들이 ‘심쿵’했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결국 선영의 주도 하에 움직이는 최무성을 볼 때 택(박보검 분)에게만 느낄 줄 알았던 모성 본능이 솟는다. 최무서잉 이토록 스윗한 남자였다니, 그야말로 ‘응팔’이 발견한 원석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응팔’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