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아이들 멤버이자 배우 임시완은 어느새 우리의 '장그래'가 됐다. tvN '미생'에서 그는 사회와 회사라는 정글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는 '오포세대'의 표상이었다. 조금은 위축된 태도로, 조용히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미생' 속 장그래의 모습은 많은 20~30대의 공감을 샀고, 드라마가 종영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이 시점에도 회자될만큼 사랑 받았다.
그러고 보면 임시완은 종종 올바른 인물을 연기해왔다. 연기의 첫 시작점인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도, '변호인'에서도, '오빠생각'에서도 그는 반듯하고, 착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MBC '트라이앵글'에서 잠깐 냉혹한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역할은 언제나 착한 사람이었다.
'오빠생각'에서 임시완이 맡은 한상렬은 전쟁 고아들을 모아 합창단을 꾸리는 군인이다. 이 캐릭터는 너무 옳은 말과 생각들만 해 배역을 맡은 임시완 스스로 "착한 사람 코스프레가 아니냐"고 감독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항상 정의롭기만 한 역할을 소화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그러나 이한 감독은 당시 "이 영화를 보고 한 사람이라도 순수한, 착한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고, 임시완은 이를 받아들이고 한상렬의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후문이다.
임시완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제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 질문에 대해 "착한 척은 한다.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나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실제 나보다 더 착하게 봐주시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착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적어도 착한 척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싶어 그래서 착한 척을 한다)"라고 말했다.
역시나 '장그래' 같은 착하고 현명한 대답이었다. 착한 캐릭터가 연기를 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도 임시완은 "그건 모르겠다. 그 부분은 제가 아직까지 (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못해서 아직은 못 느끼겠다. 그런 부분에 있어 갈증을 느꼈다면 제약이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캐릭터 변화에 있어서 물 흐르듯이 흘러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캐릭터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일부러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
다만, 그에게는 '착한 척'을 벗어놓고, 속 깊은 이야기를 하고 어려움을 토로할 여러 선배 배우들이 있었다. 임시완은 "꽤 이분, 저분 그런 얘기를 할 사람이 있다. 나와 같이 작업한 분들을 의지를 많이 하고 오픈한다. (이번에는) 감독님을 포함해 희준이 형, 아성이도 그렇고, 당장 전작만 해도 이성민 선배, (변)요한이 형, (김)대명이 형, 송강호 선배님도 간간이 뵙고, 저의 속내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성민과는 그의 출연작 '로봇, 소리'와 '오빠생각'의 개봉일이 한 주차라, 서로의 영화 시사회에 함께 가 응원을 하기로 했다는 훈훈한 미담을 알려주기도 했다.
'착한' 배역들은 늘 임시완에게 행운을 가져다줬다. 이는 캐릭터의 힘일 수 있지만, 어쩌면 어떤 캐릭터를 맡든 관객으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하는 임시완만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임시완은 '착한 배역'에 대해 갑갑함을 토로하기 보다, "사랑을 받은 것 만큼 보답하고 싶다"며 자신을 잘 봐준 이들을 향해 진심으로 '착한 척'(?)을 했다. 그가 보여주는 이 같은 '착한 척' 혹은 겸손함이 아직은 해야할 일이 더 많은 20대 배우에게 독보다 득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한편 임시완이 출연한 영화 '오빠생각'(이한 감독)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다룬 작품이다. 임시완, 이희준, 고아성, 이레 등이 출연한다. 오는 21일 개봉 예정.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