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골든글로브가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와 '마션'(리들리 스콧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으로 3관왕에 올랐고, '마션'은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맷 데이먼)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약 한 달 전 열리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못지않은 영향력과 권위를 갖고 있어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역대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는 결정적인 수상 작품에서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안 무어('스틸 앨리스'), 남우조연상을 받은 J.K.시몬스(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샤 아퀘트('보이후드'), 감독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버드맨') 등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그대로 같은 상을 받았던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영향력 때문인지 영화 전문가들은 골든글로브의 결과로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미국 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인만큼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날의 골든글로브 결과가 던져 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의 관전포인트를 세 가지 정도로 짚어봤다.
1. 디카프리오는 남우주연상을 탈 것이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23년 묵은 아카데미 징크스는 농담으로 인용될 정도로 질기게 이어져 왔다. 그간 디카프리오는 무려 4번의 수상 기회를 얻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1993년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로 첫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도망자' 토미 리 존스에게 밀려 남우주연상을 내줬고 '에비에이터'로 2004년 후보에 올랐을 때는 '레이' 제이미 폭스에게 트로피를 내줬다. 또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지난 2006년 후보에 올랐지만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를 넘지 못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에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후보에 올랐으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니히에 수상의 기쁨을 양보해야 했다.
디카프리오는 매번 오스카 수상에 실패했지만, 올해만큼은 가장 수상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오스카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골든글로브의 드라마 부문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만큼 23년간 계속된 악연도 끝이 날 때가 왔다는 예측이 나온다.
2. '레버넌트'는 작품상이나 감독상 중 하나를 탈 것이냐. 혹은 둘 다 차지할 것이냐.
골든글로브는 올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게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줬다. 이로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에 이어 또 한 번 골든글로브 상을 손에 쥐며 명실상부 주목해야할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차지한 만큼 오스카에서의 수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못해도 작품상이나 감독상 중 하나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버드맨' 뿐 아니라 2013년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받은 '노예12년'이 오스카에서 역시 작품상을 탄 것을 볼 때 가능성에 더 힘이 실린다.
3.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포트라이트'는 오스카에서도 '무관'일까.
이번 골든글로브가 충격을 준 것은 유력한 수상후보였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스포트라이트'가 '무관'에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해 약 380만 관객을 동원해 호평을 받았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작품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무관'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와 함께 작품상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던 '스포트라이트'(토마스 맥카시 감독) 역시 '무관'이었던 점을 무심코 넘길 수 없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2002년 아동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미국 매사추세츠주 카톨릭 교회 이야기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굵직굵직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올랐다. 비록 무관에 그쳤지만 오스카 수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오스카가 '휴머니즘'을 다루는 영화에 관대하기 때문이다. 과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스포트라이트'는 오스카 무관을 면할 수 있을까. /eujenej@osen.co.kr
[사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포스터,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