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역시나 '남편찾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시청자들은 여자주인공 덕선(혜리 분)을 놓고 정환(류준열 분)과 택(박보검 분)이 오랫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 앞서 덕선에게 고백을 하려고 마음 먹었던 두 사람은 덕선을 향한 서로의 마음을 알고 난 후 고백을 포기했고, 세월을 뛰어넘어 1994년 대학생이 된 지금도 마음을 숨긴 채 짝사랑만 계속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9일 방송은 덕선을 향한 정환의 고백으로 끝이 났다. 장난처럼 마무리 지었지만 그의 말을 듣는 덕선의 표정에서는 여러 감정이 오갔다.
사실 이 고백은 '어남류'를 바라왔던 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징후였다. 장난처럼 끝난 고백, 마지막 장면에서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던 피앙세 반지가 문제였다. 거기에 그날 따라 어쩐지 택과 비슷해 보이는 현재 덕선(이미연 분)의 남편 김주혁의 모습도 '어남류'를 낙관할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환의 고백을 듣는 덕선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 게다가 지금까지 반복돼 온 '응답하라' 시리즈들의 남편찾기 패턴에 따르면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에서 끝내 남편이 되지 못했던 태웅(송종호 분)이나 칠봉(유연석 분)도 끝에가서 여주인공과 이어지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남은 2회에서 반전이 있었다. 때문에 '어남택'과 '어남류'를 점치는 두 세력 사이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팽팽한 주장들이 오고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 덕선의 마음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삼각관계에서 셋 중 한 사람의 마음을 숨기며 특유의 서스펜스를 구축해 왔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여주인공 시원(정은지 분)의 마음이, '응답하라 1994'에서는 쓰레기(정우 분)의 마음이 극의 중반부까지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이번에는 덕선의 마음이다. 덕선은 초반 자신을 좋아하는 듯한 정환에게 관심을 가졌었지만, 분홍색 셔츠 사건으로 한 번 마음을 닫은 후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단서가 되는 것은 다리를 다친 자신을 들고 뛰거나, 중요한 일정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달려온 택이를 볼 때, 혹 정환의 고백을 들을 때 지었던 표정이다. 안타깝게도 이 표정들의 의미는 마지막회에 가서나 전부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덕선의 읽을 수 없는 마음은 제작진이 끝까지 밀고 갈 대형 '떡밥'이기 때문.
매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 '응답하라' 시리즈. 이번에도 시청자들은 작가나 제작진에 대한 야속함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또 다른 애정 표현이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이 다른 시즌보다 러브라인을 이토록 느릿느릿 그려내고 있는 것은 80년대 스타일의 사랑이 보여주는 기다림과 배려를 그리고 싶은, 제작진의 의도가 담긴 것인지 모른다. 또는, 첫사랑에 대한 고찰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급한 첫사랑은 이뤄지기 어려운 것. 만약 정환이나 택이 중 한 명과 고등학생이었던 덕선이 연결됐다면, 그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어려웠을 지 모른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도 있지 않나. 오래 품어온 사랑이기에 지금의 40대 덕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남편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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