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스타들을 꾸미는 수식어가 유행에 따라 꾸준한 변화를 거쳐 왔다.
지난 2007년 훈훈한 느낌의 남자 배우를 ‘훈남’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당시 10대부터 20대 젊은 여성층에 널리 퍼지면서 유행어가 됐는데 하도 자주 쓰여서 이제 훈남이라는 표현은 일상어로 굳어졌을 정도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에게 따뜻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드러낼 때 주로 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생기진 않았어도 왠지 눈길이 가는 남자를 표현할 때 ‘훈남’이라고 말한다.
차가운 도시 남자의 준말인 ‘차도남’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꼭 정장에 넥타이를 매야 하고 머리도 길게 기르지 못하고 수염도 말끔히 깎고 있어야 한다. 공식 석상에서 깔끔한 블랙 수트를 입어야 하며, 평소에도 시크한 의상을 고수하고, 차가운 성격을 보이는 전형적인 남자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또 남성미가 가득한 남자를 ‘상남자’, 여자보다 예쁜 남자를 ‘꽃미남’, 주머니에 넣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남자를 ‘포켓남’이라고도 부른다.
지난해부터 ‘츤데레’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인 츤츤과 부끄러워하는 것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 데레데레의 합성어다. 즉 츤데레의 뜻은 처음엔 퉁명스럽고 새침한 모습을 보이지만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하는 성격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작품 속 많은 남자 ‘츤데레’들에게 여성 시청자들이 마음을 빼앗겼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에서 교수 역할을 맡은 이상윤이 그랬다. 첫사랑 역의 최지우에게 차갑게 대했지만 뒤에서는 남편보다 그녀를 잘 챙겨주며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또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이 연기하는 김정환 역시 대표적인 츤데레다.
첫사랑 성덕선에게 심술궂게 대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그녀를 생각해주는 반전을 가진 첫사랑 남자다.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 훈남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성이 많지만, 일부에선 줄 듯 말 듯 헷갈리게 만드는 남자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원숭이 해인 올해는 ‘갖싶남’(갖고 싶은 남자)이 뜨지 않을까. 훈남의 매력과 츤데레의 매력을 고루 부합해 뭇 여성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갖싶남’이 여성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인기 있는 스타라서 갖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극중 짧은 시간만 등장해도 진득한 매력이 느껴지는 남자를 여성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여자가 무슨 일을 시켜도 싫은 척 하면서 은근히 해주고 있는 모습, 누구도 생각지 못한 유머코드를 보여줄 때, 나만 바라봐 줄 때 여자를 홀리는 은근한 매력을 느낀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은 OSEN에 “사회의 변화와 시대가 원하는 남성상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 한다”며 “요즘 유행하는 츤데레는 일종에 키다리 아저씨인데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고착된 시대, 남의 일에 관심도 없고 누가 참견하는 것도 싫고, 미래가 불투명한 세상에서 뒤에서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에 끌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젊은 세대들이 (연애에)굉장히 이기적이고 소극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치즈 인더 트랩’의 서강준은 츤데레 캐릭터에 약간의 상남자 코드가 얹힌 듯하다”고 분석했다. /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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