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이방원 유아인의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극의 중심을 꽉 잡고 있다. 아직은 속으로 모든 것을 삼키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게 꿈틀대고 있는 유아인. 그의 변화를 기다리는 일이 참으로 즐겁다.
유아인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이성계(천호진 분)의 아들 이방원을 연기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방원은 훗날 철혈군주 태종이 되는 인물.
어렸을 때부터 살인을 저지르고도 "내 피 아님매"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정도로 잔인한 성정이 있던 그는 정도전(김명민 분)에게 '폭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정도전의 뜻을 따라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고는 있지만 언뜻 언뜻 보이는 눈빛과 표정은 불길한 기운을 풍겨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방원은 지난 11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29회에서 이방지(변요한 분)가 상왕전하의 하사품이 들어오는 초닷새 미시에 자리를 비우려 했다는 것과 분이(신세경 분)가 무명 조직원인 척가(박훈 분)으로부터 들은 규목화사를 통해 무명이 이성계 암살을 계획했음을 간파했다.
그리고 왕을 폐위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왕을 보위에 올리려는 무명의 계획과 함께 정몽주(김의성 분)의 행동에 주목했다. 특히나 정몽주를 의심하며 그의 행적을 쫓았다. 이어 그는 이성계가 가닌 정창군(이도엽 분)을 왕으로 세우려는 정도전에게 "고귀한 사심을 가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두고도 돌아간다고 하는 정도전이 이방원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유아인은 이런 이방원의 마음을 서늘한 표정과 예리한 눈빛으로 표현해내며 극적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또한 이방지에게 "정말 이서군 가는 것이 맞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고개 숙여 사죄한다"고 단언할 때에는 주위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미 다양한 사극 속에서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이방원임에도 불구하고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모두 유아인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력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등장하는 장면마다, 또 대사 하나마다 흡인력을 높이며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향후 정몽주 김의성과 보여줄 하여가와 단심가를 더욱 기대케 한다.
지금껏 차곡차곡 쌓아온 이방원의 감정과 앞으로 보여질 변화들이 유아인의 남다른 연기력과 만나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