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승호의 케이블 복귀작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MBC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가 시작과 달리 시청자들의 무관심 속에 종영했다.
고양이를 전면에 내세운 실험적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던 ‘상상고양이’는 회를 거듭할수록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더니 마지막 회에서는 미미한 결과를 내놓으며 12일 8회를 끝으로 쓸쓸하게 퇴장했다.
‘상상고양이’는 각자 다른 상처를 가진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나간다는 줄거리다. 자타공인 코믹 배우 박철민과 군 복무 후 3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유승호, 스크린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한예리 등 신뢰를 쌓아온 배우들로 인해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다. 특히 유승호가 전역 후 SBS 드라마 ‘리멤버’와 함께 ‘상상고양이’를 복귀작으로 택해 관심은 더욱 커졌었다.
물론 유승호에 대한 관심과 함께 여주인공에 캐스팅 된 신인 배우 조혜정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공존했었다. 그녀가 연기파 배우 조재현의 딸이라는 사실 때문에, 정식 오디션을 거쳤음에도 아버지의 후광 덕분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비난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이른바 우리사회 '금수저' 논란과 맞물려 큰 파장을 낳았다.
다행히도 조혜정은 첫 방송에서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고,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유승호와 볼만한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소위 ‘발연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의 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두 사람은 각각 취업에 지쳐 세상과 단절한 듯 고양이와 살아가는 현종현(유승호 분)과 오지랖 넓지만 밝고 긍정적인 소녀 오나우(조혜정 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8부작 미니드라마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마치 6개월짜리 일일드라마처럼 늘어진 전개를 보였다. 극중 종현이 키우는 고양이 복길(한예리 분)은 나우가 키웠다가 잃어버렸던 고양이 하루로 밝혀졌는데, 이처럼 단순명료한 사실을 질질 끌다가 후반부에 가서나 공개해 스토리의 허술함을 보여줬다. 극적 반전도 없었다.
이에 드라마를 보는 긴장감도 떨어졌고 요즘 유행하는 대중성에도 맞지 않았다. 고양이에 대한 비밀을 초반에 밝혀버리고, 진부하더라도 차라리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좀 더 인기를 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와 로맨스의 적절한 안배에 신경 쓰다가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가 돼버린 것이다.
‘상상고양이’는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이다. 상당수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거창하게 시작한 것치고는 아쉽게 끝이 났다./ purplish@osen.co.kr
[사진] '상상고양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