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간이 식탁에서 서서 먹는 컵라면과 김치, 그리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와인과 스테이크가 있다면? 선택지만 볼 때는 어딘가 밸런스가 붕괴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시청자라면 이 가운데 어떤 식사를 할 지 고민될 것이다. 유정(박해진 분)과 백인호(서강준 분) 이야기다.
지난 13일 방송된 ‘치인트’에서 유정과 백인호는 각각 홍설(김고은 분)과 식사를 했다. 유정은 홍설에게 와인과 스테이크를 대접했다. 앞서 유정의 고백으로 사귀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이 첫 데이트에서 영화를 본 후 먹은 첫 식사다. 물론 설은 제일 싼 것을 고르다가 스프만 먹게 됐지만.
유정은 스프 한 접시를 앞에 둔 홍설을 걱정한다. 홍설이 팝콘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고프지 않아 스프를 주문한 것이라 둘러대자 유정은 “느끼했겠다”며 대번에 와인을 주문하고 나선다. 초점이 미세하게 비껴간 유정의 배려가 오히려 완벽한 그의 허당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도 홍설은 그 마음이 아직 불편했다. 거리낌 없이 받기에는 식사도, 유정의 배려도 너무 컸다. 홍설의 마음도 미처 자라지 못한 채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마음 속으로 “안 맞아”를 연발하며 데이트 내내 안절부절 못하던 홍설은 집으로 돌아와 밥통을 열었다. 스프만 먹었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없다. 망설이다가 편의점으로 나선 홍설은 우연히 백인호와 마주쳤다.
홍설을 발견한 백인호는 자연스럽게 홍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무슨 여자애가 이 밤에 씨름선수처럼, 밥을 이렇게 많이 먹어”라며 눈을 부릅뜨는 백인호를 홍설은 쿨하게 무시한 채 삼각김밥을 입에 넣었다. 백인호는 그런 홍설을 들들 볶아 꼬마 김치까지 얻어냈다.
두 사람은 작은 김치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하면서 그날 각자가 겪은 일들을 풀어 놓는다. 툭툭 내뱉는 말들 속에는 아픈 사연도, 진심 어린 조언도, 쑥스러운 칭찬도 들어 있었다. 편의점을 나와 가로등 켜진 골목을 터벅터벅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이 괜히 편하고, 괜히 설렜다. 그러나 느낌은 편할지 몰라도 맛이 고기 만하랴. 또 너무 편안한 사이에서는 이성적 긴장감이 불꽃을 튀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라면도 좋고, 스테이크도 좋다. 그렇지만 둘은 너무 다르다. 유정과 백인호도 각자 극과 극의 매력을 갖고 있는 터라 더욱 누군가에게 치우치기 힘든 듯하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택(박보검 분)과 정환(류준열 분) 중 덕선(혜리 분)의 남편감을 고르는 것 만큼이나 괴롭다. 회를 거듭할 수록 더욱 힘들어질 이 선택, 홍설의 마음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