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주혁이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권은택 역을 통해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전망이다. 원작 웹툰 속 권은택과 외모 뿐만 아니라 특유의 말투, 행동까지 그대로 재현하며 연일 호평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훈훈한 모델로 SNS 등지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남주혁이 처음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지난 2014년이다. tvN ‘잉여공주’의 철없는 대학생 빅 역을 맡으며 연기자 인생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KBS 2TV ‘후아유-학교 2015’의 한이안, MBC ‘화려한 유혹’에서는 주상욱이 맡은 진형우의 아역을 소화했다.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학생 역이었다.
심지어는 리얼 예능인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도 고등학생이 됐다. 최근 젊은 남자 배우 가운데 풋풋한 학생 이미지로는 따라갈 사람이 없을 그만의 이미지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학생 캐릭터 중에도 다소 우울하거나, 너무 진지한 역이 있다. 남주혁이 맡았던 배역 가운데 그의 최대 장점인 통통 튀는 매력을 꾹 눌러야만 하는 역할도 있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신인에게 갑자기 닥쳐온 무게 있는 역할은 버거웠을 수도 있다. 남주혁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속의 모습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남주혁의 모습과 비슷한 것이 ‘치인트’의 당돌하고 저돌적인 연하남 캐릭터, 권은택이다. 이전에는 남주혁의 연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던 일부 시청자들도 TV 앞으로 끌어 당겼다. 지난 4일 첫 방송부터 취한 홍설(김고은 분)의 주정을 따라하는 귀여운 모습, 보라(박민지 분)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들이대는 모습이 남주혁의 팬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외모도 원작의 권은택과 흡사하지만, 특히 그에게서 돋보였던 점은 캐릭터 해석 능력이다. 원작의 권은택은 말을 할 때 끝을 “~여”로 마무리짓는다. 아무리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도 현실 세계에서 이런 말투가 통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주혁이 하니 통했다. 탁구공 같이 톡톡 떨어지는 가벼운 말투도 현실에서는 얄밉지 않게 구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터였다. 외모보다 완벽한 정확도였다.
지난 12일 방송된 4화에서는 서먹해진 보라와 홍설을 한 데 불러낸 뒤 자리를 비켜 주는 세심함도 능숙히 연기했다. 마주 앉아 책상만 보고 있는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슬슬 휩쓸러 나가 볼까”라며 음식을 가지러 가는 등에는 듬직함이 묻어 있었다. 또 접시를 한가득 채우고도 저 멀리 홍설과 보라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에 다시 음식을 집는 척 하는 깜찍함이라니.
볼만 실컷 꼬집고 돌아서는 보라의 뒤로 “내가 매력이 없나?”라고 입을 삐죽대는 권은택, 그리고 남주혁의 매력에 점점 더 눈길이 간다. ‘치인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작품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남주혁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