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예능 프로그램을 중국에서 무단으로 베끼는 일이 이제는 도를 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막을 법적 대응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으로도 표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다가, 마치 자기네들이 갓 창조해낸 것처럼 버젓이 방송했던 중국 방송사가 이번에는 KBS 2TV 예능 ‘안녕하세요’도 무단 도용했다. 이번에도 MBC ‘무한도전’을 바꿔 ‘극한도전’을 방송했던 동방위성 TV다.
중국에서 지난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4대명조’(4大名助)는 매주 목요일 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안녕하세요’와 굉장히 비슷한 구성을 띤다. 한 남자 스타가 메인 MC로서 진행을 맡았고, 그의 옆에 보조 MC들이 시청자들의 고민 편지를 읽어준다.
이후 방송 15분 후부터는 ‘안녕하세요’와 세트 색상까지 매우 비슷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고민 신청자가 미끄럼틀을 타고 나와 진행자들과 함께 방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송을 보면 비슷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스튜디오에 온 200여 명의 방청객들은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투표를 하는데 신청자의 고민이 100표가 넘으면 고민으로 성립되고, 100표 아래로 나오면 고민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제일 많은 받은 사람이 그 날의 ‘고민왕’이 되고 상품도 받는다. '안녕하세요'와 판박이 구성인데, 정식 중국판은 아니다.
‘안녕하세요’의 전온누리 PD는 12일 중국 방송사의 프로그램 베끼기와 관련, “아이디어 차용이 수준을 넘은 것 같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본 후 향후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실효가 없어도 법적인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향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한국 프로그램 베끼기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 CCTV와 정식으로 중국판 제작 계약을 체결한 ‘무한도전’도 한차례 무단 도용을 당한 바 있다. 동방위성TV가 ‘극한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방송한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화제가 됐었던 ‘나 잡아봐라’,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극한알바’, ‘여드름 브레이크’ 등의 특집을 따라해 논란을 빚었다.
‘무한도전’뿐 아니라 tvN ‘꽃보다 누나’는 후난위성 TV의 ‘꽃과 소년’으로, KBS ‘개그콘서트’는 장쑤위성 TV의 ‘모두 함께 웃어요’로, ‘1박2일’은 산둥위성 TV의 ‘스타가족의 1박2일’로, ‘불후의 명곡’도 산둥위성TV의 ‘가성전기’로 각각 표절돼 피해를 당했다.
또 중국내 상하이 미디어그룹 소속 방송사가 만든 ‘은장적 가수’는 모창 가수들 속에서 실제 가수를 찾아내는 내용인데 역시 기본 포맷에서부터 세트 장식까지 JTBC ‘히든싱어’와 흡사하다.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만든 방송 제작자로서도 허탈할 일이다. 이로 인해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까지 나서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중국에서 최초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중국의 모방 정신에 따른 피해를 근절할 수 있는 마땅한 조치가 없다. 눈뜨고 도둑 맞는 일이 없도록 이제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KBS MBC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