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이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작품으로 다시 한 번 국내 관객들을 찾았다. 지난해 국내 4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사이드아웃’에 이어 ‘굿다이노’(감독 피터 손)로 돌아온 김재형 애니메이터를 만났다.
그가 이번에 작업한 ‘굿다이노’는 ‘만약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이 지구를 피해갔다면?’이라는 기발한 발상을 전제로 시작하는 이야기. 평생 가족들 품에서 자랐지만 외딴 곳에 홀로 떨어진 공룡 알로와 야생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혼자 살아 온 야생 꼬마 스팟이 우연한 사고로 엮이게 되면서 알로의 가족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다. 특히 픽사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며, 개봉 후에는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등 국내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이와 관련해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최근 OSEN에 “상상 캐릭터일 수 있지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건 사람들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실제 동물이나 사람에게 행동을 따와서 변형시켜서 넣는 것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와 같은 느낌을 주는 거다”고 설명했다.
‘굿다이노’에서 스팟은 개의 동작을, 알로는 기린과 낙타를 참고했다고. 그는 “예를 들어 스팟은 개의 동작이 변형돼 있다. 다람쥐나 너구리같은 경우도 있다. 감독님께서는 사람은 원숭이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원숭이의 행동을 따라하는 건 다른 작품에 많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른 동물에서 참고하려고 했다”며 “알로 같은 경우에는 긴 목을 가졌기 때문에 기린과 낙타를 참고 했고, 몸은 코끼리와 비슷해서 코끼리를 참고했다. 프로덕션을 시작할 때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서 스케치하고 연구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애니메이터들이 연기를 펼치면 누군가는 조명을 주고, 색감을 주고 디테일을 더하면서 완성본을 향해 나아간다. 애니메이터는 영화로 따지자면 연기자인 셈. 영화에는 수많은 스태프가 필요하다. 협업의 연속이기 때문에 픽사에서도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꼽힌다고.
그는 픽사의 팀워크 비결에 대해 “구조적으로 나올 수 있는 바탕이 있다. 슈퍼바이저 애니메이터가 있는데 그는 감독과 애니메이터 사이에서 지시하는 위치에 있다기보다는 감독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즉 상의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평등한 작업 환경을 꼽았다.
피터 손 감독의 장점도 ‘오픈마인드’였다는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감독님께서 과거 성우 연기를 하셔서 그런지 어떠한 샷을 설명할 때도 직접 보여주고 목소리를 연기하고 감정 보여줘서 이해하기 쉬웠다. 제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만약 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 바로 수정할 정도로 오픈마인드로 일하셨다”고 그를 칭찬했다.
하지만 그의 열정 역시 취재진들을 감동케 하기 충분했다. 인터뷰에 앞서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차근차근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을 설명해줬다. 의사에서 애니메이터의 길로 전향할 만큼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힘이 되는 조언이 가능하겠다는 질문에 “저도 겪어봤지만 애니메이터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다. 하다보면 더 넓게 공부해야하나 싶고 굉장히 답답할 때가 많다. 그리고 심지어 잘되는 것 같다가도 멈추고 이런 경우가 있는데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진리. 스스로도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답답함의 연속임을 알고 있지만 그는 “어느 순간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꾸준한 노력과 함께 또 한 가지는 ‘픽사 애니메이터 되고 싶다며 어떻게 픽사에 입사할 수 있냐’고 많이 물어본다. 그런데 픽사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다고 애니메이션을 하는 것보다는 좋은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다고 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며 “추상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좋은 애니메이터란 움직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관찰을 좋아하고 그 움직임 안에서 어떤 걸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말이다”고 조언했다.
한편 ‘굿다이노’는 지난 7일 개봉해 6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굿다이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