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위에는 다 이유가 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드디어 이방원(유아인 분)과 정도전(김명민 분)의 대척점을 보여주며 극강의 긴장감을 전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작품. 분명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 이방원 등의 조선 건국 이야기는 그간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너무나 많이 그려졌던 소재이기 때문에 신선할 것이 없어 보였다. 방송 전 "또 이방원이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
하지만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혼재되어 있는 '육룡이 나르샤'는 여타의 사극 작품과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그동안 촘촘히 구축해온 전개 속에 나날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 일단 썩어빠진 고려의 암담함에 맞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고 의기투합하는 육룡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울림과 묘한 위안을 선사했고, 이들이 보여주는 지략과 무술 대결은 늘 심장 떨리는 재미를 동반했다.
이 덕분에 '육룡이 나르샤'는 무려 30회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시간이 10분 같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 집필 당시 정도전과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일개 개인에게 있어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데 이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방송에서는 왕요(이도엽 분)을 왕으로 올린 뒤 오래간만에 도화전에서 회포를 풀게된 이성계 측 사람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의 꿈은 "시를 쓰는 것", "이름을 남기는 것" 등 생각보다 소박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방지는 "분이(신세경 분) 꿈 이뤄주는 거. 그리고 엄마 찾는 거"라고 했다. 앞서 분이는 이방지, 연희(정유미 분) 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 짓고 사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방원은 "세상 사람들 웃게 하는 거, 너희들 꿈 다 지키는 것"이라며 "꿈을 지키고 세상 사람들 웃게 하는 정치"라고 말했다. 이에 분이와 이방지, 무휼 모두 이방원의 꿈을 응원했다. 하지만 이방원은 정도전과 정몽주(김의성 분)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도전과 정몽주가 꿈꾸는 개혁 속 왕은 이방원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사유 재산을 가질 수 없고, 신하와 독대도 할 수 없다. 또 모든 왕족과 종친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에 참여할 수 없도록 모든 권력과 힘을 빼앗고 아무것도 못하게 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 마지막 말은 이방원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이방원은 하륜(조희봉 분)의 말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을 견딜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 이에 이방원은 헛웃음을 짓더니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변화될 날을 예고했다. 이미 이방원이 정몽주와 정도전을 죽이리라는 건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바. 이렇게 확실한 스포일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아인표 이방원이 '킬방원'이 되는 날을 기다리게 되는 건 이렇게 긴 시간동안 쌓아온 전개가 주는 설득력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시청률 상승 효과까지 얻어내며 앞으로 더 날아오를 '육룡이 나르샤'를 기대케 만들었다.
함께 개혁을 해나가던 동지에서 적이 되어 버린 정도전과 이방원. 아직은 터지지 않았지만, 언젠가 '폭두'가 될 이방원이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유아인의 활약이 더욱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