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Kill)방원’의 막이 올랐다. ‘육룡이 나르샤’ 유아인이 신권정치를 원하는 김명민의 속내를 알게 되면서 일단 같은 길을 걸으나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살얼음판 동행이 시작됐다. 권력을 움켜쥐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유아인을 위한 살벌한 ‘쇼타임’이 시작됐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여섯 용의 이야기를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그리는 드라마. 조선을 건국한 왕 이성계(천호진 분)도 아닌, 조선의 사상을 세운 정도전(김명민 분)도 아닌 우리에게는 어린 동생들을 죽이고 왕이 된 것으로 유명한 태종 이방원의 시선에 따라 귀결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현재까지 30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썩은 고려를 뒤엎어야 하는 조선 건국파의 정당성, 건국파와 고려 유지파의 정치 싸움, 삼한을 뒤흔들 세력인 무명의 부상 등이 펼쳐졌다. 그 속에서 정도전의 신권 정치, 정도전을 따르는 분이(신세경 분)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풀뿌리 민주주의, 이들과 근본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강력한 왕권 정치를 꿈꾸는 이방원의 사상이 틈틈이 드러났다.
지난 12일 방송된 30회에서 이방원이 정도전이 꿈꾸는 새 나라는 신권이 강력하고 왕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세 사람의 불안한 미래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는 함께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함께 할 수 없는 세 사람. 30회 방송 말미 정도전의 이야기를 몰래 듣고 표정이 섬뜩하도록 확 변하는 유아인의 연기는 그가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그 어떤 일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하게 했다.
그동안 이 드라마는 ‘뿌리 깊은 나무’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집필하면서 연결성이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 만큼 세세한 전개 방식을 보였다. 워낙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까닭에 등장인물들이 꾸려가는 장치와 복선들이 곳곳에 등장했고,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립 예고 역시도 초반부터 차근차근 그려졌다.
그리고 30회를 기점으로 이방원의 각성이 이뤄지며 피바람이 불어닥칠 조선 초기의 이야기이자 ‘뿌리 깊은 나무’가 다뤘던 세종 이야기 앞부분의 빈자리를 흥미롭게 채워나가고 있다. 두 드라마를 동시에 본 시청자들에게는 연결고리가 상당히 많아 흥미롭고, ‘육룡이 나르샤’만 본 시청자들 역시도 이 자체만으로도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중이다.
동시에 무섭도록 소름 끼치게 확 변해버린 이방원의 무서운 야욕이 본격적으로 구미를 당기고 있다. 이야기의 추가 이방원으로 완전히 기울어지면서 앞으로 유아인의 다양한 연기를 볼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역동적이어서 더욱 흡인력 있는 유아인의 연기가 더해진 ‘킬방원’의 시선 강탈이 이제 막이 오른다. / jmpy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