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동안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던 tvN ‘응답하라 1988’이 16일 우리 곁을 떠난다. 올 겨울 이 드라마를 보며 어지간히 미소를 짓기도, 어지간히 눈물을 쏟았던 우리들. 따뜻한 정이 있었던 1988년 그 때 그 시절, 우린 친구와 이웃간의 정이 있는 삶을 살았다. 존재 자체가 감동인 가족들의 사랑, 처음이라 더 설레고 아련했던 첫 사랑의 추억을 다룬 ‘응답하라 1988’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명장면이 많았다.
# 2회: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
따뜻한 인간애를 다루는 이 드라마의 잊지 못할 장면은 2회에 나왔다. 성덕선(혜리 분)은 사랑하는 할머니가 사망한 후 주체 못할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 허나 아버지 성동일(성동일 분)을 비롯한 고모들은 장례식에서 웃기 바빴다.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듯한 모습에 덕선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허나 동일의 형이자 장남(정원중 분)이 도착하자마자 부둥켜안고 눈물을 짓는 동일과 그의 여동생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왈칵 눈물 짓게 했다. 동시에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른으로서의 일들에 바빴을 뿐이고 나이의 무게감을 강한 척으로 버텼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라는 덕선이의 담담한 설명은 큰 감동을 야기했다.
# 4회: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풋풋 로맨스의 시작
김정환을 연기하는 류준열이 확 부상한 장면이었다. 4회에서 덕선이와 만원버스에 탄 김정환(류준열 분)은 덕선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자 조용히 덕선이의 뒤를 지켰다. 핏줄이 터질 듯 힘을 주며 중심을 잡고 덕선이가 편안하게 버스에서 서 있을 수 있도록 뒤를 지켜준 정환의 배려심은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박보검))’이라는 결말을 예측하는 유행어가 탄생한 ‘응답하라 1988’. 이 버스 로맨스는 풋풋한 첫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이자, 여성 시청자들이 류준열에게 열광하는 명장면이 됐다.
# 9회: 박력 택이의 시작
덕선을 좋아하는 택이는 순한 성격. 천재 바둑 기사이지만 실생활에서는 모자란 구석이 많은 택이는 귀여운 남동생 같은 매력으로 그려졌다. 허나 사랑 앞에서는 박력이 넘쳤다. 덕선이가 택이의 중국 대회 출전에 동행한 그날, 두 사람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깨를 끌어당기며 덕선이와 밀착한 택이는 이때부터 사랑에서 저돌적인 성격을 보였다. 친구들 앞에서 정환이보다 먼저 덕선이를 좋아한다고 고백했고, 덕선이가 맞선 본 남자에게 차였다는 이야기에 중요한 대회를 포기하고 콘서트장으로 달려갔다. 어깨를 확 끌어당기는 의외의 남자다운 성격은 ‘응답하라 1988’의 삼각관계를 불태우는 요소가 됐다.
# 9회: 어남류, 어남택보다 설렜던 “선영아”
젊고 멋있는 남자의 로맨스만 통하는 게 아니었다. 최무성(최무성 분)은 이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김선영(김선영 분)에게 까듯하게 행동했던 사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 선영이가 살뜰하게 보살피는 가운데, 무성은 자신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선영이를 배려했다. 단 둘이 있을 때 김선우(고경표 분) 엄마가 아닌 선영이의 이름을 부른 무성. 두 사람이 고향 오빠 동생 사이라는 것과 남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무뚝뚝한 듯 보이나 따뜻한 남자 무성이의 “선영아”는 아들 최택의 순수한 미소 못지않게 설레는 순간이 됐다.
# 17회: 나도 이런 형이 있으면 좋겠다
정환과 몸이 성치 않은 형 김정봉(안재홍 분)의 형제애는 시청자들을 때때로 울렸다. 수술을 받은 후 동생이 코피 쏟은 것을 걱정하는 착한 형. 아픈 형을 위해 형이 하고 싶은 꿈으로 매년 꿈이 바뀌었던 착한 동생. 정봉과 정환 형제의 감동적인 형제애는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정환은 형이 영화 ‘탑건’을 보며 파일럿에 대한 동경을 표하자 형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공군사관학교를 지원했다. 동생의 마음 씀씀이를 알게 된 정봉이는 별똥별을 보며 동생을 위한 기도를 했다. 정봉이는 “우리 동생 하고 싶은 것 해달라고. 형 때문에 공군사관학교 가는 것 싫어”라고 말했고, 정환이는 정봉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두 사람의 애틋한 형제애는 가슴 한 구석에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 jmpyo@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