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이 방송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6년차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매회 주제에 따라 펼쳐지는 레이스 내에서 이름표를 떼고 떼이는 독특한 포맷과 일곱 고정 멤버들의 찰떡같은 호흡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런닝맨’이 이처럼 뜨거운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아이디어의 힘이 크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의 추격전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엄청난 스케일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런닝맨’의 레이스는 보는 재미와 스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레전드’라 불리며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레이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꼽아봤다.
# 물총 레이스
유재석에게 ‘유임스 본드’라는 별명을 만들어 준 레전드 중의 레전드 레이스. 처음에는 평소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재석이 눈치 빠른 ‘런닝맨’ 멤버들을 속이고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됐지만, 이는 괜한 걱정이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멤버들의 등 뒤 이름표를 노리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짜릿하게 만들었다.
유재석의 정체를 알고 난 뒤 얼빠진 표정을 짓는 멤버들을 보는 것 역시 물총 레이스의 또 다른 재미. 물총 레이스가 방송된 이후 수상한 행동만 할라치면 “또 형이 스파이 아니냐”며 멤버들의 의심을 사면서도, 막상 물총 레이스가 진행될 때는 어김없이 멤버들을 속이고 마는 유재석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 초능력 레이스
제 1대 최강자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개리에 이어, 제 2대 최강자를 가리기 위해 진행됐던 ‘초능력 레이스’. ‘공간을 지배하는 자!’라는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주문을 외치며 초능력을 사용해 추격전을 벌이는 레이스로, 특히 1시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하하의 능력이 스릴감을 선사했다.
또한 이름표가 3개인 지석진, 자신의 이름표를 뗀 사람을 오히려 아웃시킬 수 있는 ‘반사 능력’을 가진 송지효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룰 역시 깨알 같은 재미를 유도했다. 그리고 개리가 1대에 이어 2대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유럽여행권을 받았는데, 이 선물 역시 다음 레이스를 위한 빌미였다는 것이 밝혀지며 ‘런닝맨’ 제작진의 기획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해피 광수 데이 레이스
예능신도 돕는 ‘런닝맨’의 마스코트 이광수의, 이광수에 의한, 이광수를 위한 레이스. ‘런닝맨’ 최초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레이스는 배신이 주특기인 이광수의 능력을 역이용해, 이광수가 최후의 1인을 배신하고 모든 상금을 가진 채 자신의 집까지 가면 '런닝맨'이 승리하고 배신을 하지 않는다면 이광수가 모든 상금을 독차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역시나 ‘배신 기린’이라는 별명답게 최후의 1인인 지석진을 배신한 채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몰래카메라였음을 확인하는 이광수의 경악하는 표정이란 두고두고 보고 싶어지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 좀비 레이스
좀비 레이스는 웬만한 영화 뺨치는 스케일과 연출이 돋보였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좀비들을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좀비 분장과 이에 완벽하게 몰입한 멤버들의 연기력 역시 ‘꿀잼’.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임형택 PD는 “사실 공포 관련 특집은 시청률이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수많은 시청자들이 볼 거란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좋아할거란 믿음이 있었고 출연자들 역시 좋아했다. 방송 나간 뒤에 멤버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시도 자체가 좋았다고 하더라”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믿음대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또 하나의 레전드 레이스를 탄생시켰다.
# SNS 댓글 레이스
최근 ‘런닝맨’이 익숙해진 포맷과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 특집이 바로 SNS 댓글 레이스였다. 시청자와 함께 ‘소통’을 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된 이 레이스는 미션 내용을 SNS에 올려 미션 수행 방법부터 게임에 참여할 멤버까지 시청자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평소 SNS를 하지 않는 유재석이 서툰 솜씨로 셀카를 찍고 시청자들과 댓글 레이스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제공 및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