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남궁민이 9시 뉴스에서 나오는 사회 지도층의 부조리를 온몸에 휘감으며 안방극장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말 제 아무리 연기지만, 너무도 실감나는 악역인 까닭에 보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 중. 그가 펼쳐놓는 흡인력 높은 악행 연기는 ‘욕받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남궁민은 현재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에서 재벌 2세이자 범죄를 서슴지 않게 저지르는 남규만을 연기하고 있다. 규만은 성폭행에 살인, 청부살인, 협박, 폭행 등 죄를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망나니 같은 행각을 벌이고 있다. 돈으로 범죄를 덮는 것은 물론이고 억울한 사람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 절대권력자가 규만인 것. 경찰과 검찰 역시 규만과 그의 든든한 뒷배인 일호그룹이 장악했다.
증인을 사서 재판을 거짓으로 꾸미고, 사람을 죽여 재판을 막는 끔찍한 일들을 벌이는 남자. 분노조절장애로 사람을 패고, 물건을 부수는 게 일상인 남자. 우리가 규만에게 분노하는 이유다. 여기에 돈으로 산 절대권력으로 악행까지 숨기고, 사회정의를 흐트러뜨리니 시청자들의 분노가 클 수밖에.
지난 13일 방송된 9회도 아무렇지도 않게 죄를 덮고,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규만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간 말종인 규만은 정의구현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내세울 ‘리멤버’에서 어떻게든 나락으로 떨어질 인물.
허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참 많은 시청자들을 갑갑하게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쉽고 장난처럼 여기는 듯한 남궁민의 목소리 표현 덕에 규만이 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오고 있다. 남궁민은 실감나는 인물 설정과 대놓고 욕을 먹겠다고 작정한 듯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 기관차마냥 날뛰는 연기로 높은 흡인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실제 우리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사회지도층의 더러운 면모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느낌, 9시뉴스에서 마주하던 범죄행각이 실제로 벌어지는 듯한 느낌이 ‘리멤버’ 속 남궁민이 만든 규만이다. 규만은 씁쓸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규만에게 사주를 받은 교도소장이 아픈 서재혁(전광렬 분)을 괴롭히고 재력에 굽신거리는 모습은 아무리 판타지를 다루는 드라마라고 해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현실에 존재하는 괴물의 집약체인 규만이 날뛰면 날뛸수록 시청의 뒷맛이 더 씁쓸한 것. 정도는 다르겠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일들을 꾸미고 벌이는 규만, 그런 규만을 생동감 있게 연기하는 남궁민의 놀라운 변신에 안방극장이 또 한 번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 jmpyo@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