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이 구만리인데 벌써 시련은 끝까지 왔다. 아버지는 살인 누명을 쓴 채 사형수가 됐고, 가장 든든했던 조력자는 곁을 떠났으며, 사건의 증인들은 차례로 제거됐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겪은 그에게까지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단다. 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속 유승호의 이야기다.
서진우(유승호 분)는 지난 13일 방송된 SBS ‘리멤버’에서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의 무죄를 밝히기 위한 재심 자리에 나섰다. 앞서 남규만(남궁민 분)의 계략에 살인 용의자로 수배됐던 서진우는 재심 청구를 기각당했었다. 그러나 박동호(박성웅 분)의 활약으로 서진우는 살인 누명을 벗었고, 법정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남궁만의 마수는 이미 법정에까지 뻗쳐 있었다. 서진우의 유일한 우방인 이인아 검사(박민영 분)가 서재혁의 재심을 배당받게 된 것이다. 이인아는 항상 서진우의 곁을 지켜 왔으며 서재혁의 무죄를 믿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서진우의 반대편에서 서재혁이 살인범이라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 이인아는 과감히 해당 재판을 포기했다.
재판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남규만의 사주를 받은 증인이 나섰으나 서진우는 탁월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반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서진우는 결정적 증인을 법정에 세운 순간 갑자기 기억 이상 증세를 보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버지에게 발병한 알츠하이머가 서진우에게까지 유전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서진우에게 주어진 시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재심을 청구하던 날, 서진우는 남규만의 술수로 살인 용의자가 된다. 서재혁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던 증인을 죽였다는 것이다. 그럴싸하게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 사람들의 의심은 확신이 됐다. 도망자 신세가 된 서진우는 남규만을 기업 비자금 내역으로 협박한다. 진짜 살인범을 자수시키지 않으면 방송에서 모든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방송 직전, 서진우는 남규만에게 붙잡힌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고통들이 서진우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10회, 드라마가 딱 반환점을 돌아온 시점에서 알츠하이머가 찾아올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은 10회 동안 이어질 이야기가 불안해질 지경이다.
서진우의 고난을 면면이 살펴 보면, 여느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가 겪는 고초의 몇 배는 돼 보인다. 그의 좌절이 엄청난 분노와 고통을 안기는 이유는 항상 위기가 거의 해소되는 순간 찾아오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산 정상으로 돌을 굴리던 시지푸스도 서진우만큼 힘들지는 않았을 듯하다.
서진우 역을 맡은 유승호의 외모는 울거나 아파할 때도 ‘열일’을 한다지만, 웃을 때 더 멋진 것은 분명하다. 부디 서진우에게도 볕 들 날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