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로봇소리', 충무로산 로봇이 쑥스럽지 않느냐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1.14 11: 22

 영화 '로봇, 소리'(이호재 감독)는 보기 전 여러가지 의문을 갖게 되는 작품이다. 로봇과 아저씨라니. 이게 웬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란 말인가. 정교한 할리우드 SF 영화에만 등장해야할 것 같은 로봇이 난데없이 대한민국 한복판에 나타나 10년째 딸을 찾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의 아저씨와 동행한다. 충무로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로봇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오글거리고 쑥스럽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로봇소리'는 이런 우려들을 가볍게 떨쳐 버렸다. 영화를 위해 억대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된 로봇은 생각보다 귀여운 외모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는 이들에게 친밀감을 준다. 여기에는 로봇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 심은경과 그런 로봇과의 '케미스트리'를 살려낸 이성민의 연기력이 크게 한 몫했다. 
영화는 도청기능을 가진 미국 나사의 인공위성 로봇이 한반도 해역에 떨어지게 되면서 시작한다. 이 로봇을 주운 인물은 사라진 딸의 단서를 쫓아 근처 마을에 잠시 머물고 있는 40대 가장 김해관. 그는 희한하게 생긴 이 로봇을 주워왔고, 로봇이 목소리 만으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식별할 수 있는 엄청난 지능과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이를 수리해 차에 싣고 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고칠 수 있는 친구 구철(김원해 분)의 도움을 받아 로봇에 음성 기능을 장착한 해관은 딸 유주(채수빈 분)의 목소리가 발신되는 곳들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딸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가운데서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로봇과 해관 사이에서는 우정이 피어난다. 
그 사이 미국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국가정보안보국은 소속 요원 신진호(이희준 분)을 필두로 한국항공우주원 소속 박사 강지연(이하늬 분) 등과 함께 떨어진 인공위성을 찾기 위해 나선다. 
로봇을 소재로 했지만 '로봇, 소리'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와 자식의 이야기다. 보호해주고 싶어서, 지켜주고 싶어서 자식을 자신의 뜻 아래 두려했던 아버지는 그로 인해 놓쳐버린 자녀와의 시간을 발견하고, 슬퍼한다. 딸을 찾는 여정에서 그는 몰랐던 딸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게 되고, 지난날 딸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행동들을 후회하게 된다. 그런 그를 위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지막 희망, 로봇 '소리'는 딸을 찾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빚어낸 판타지에 가까운 존재다. 그리고 이 존재는 마치 잃어버린 딸이 돌아온 것처럼 "보호해줘서 고맙다"며 아버지를 위로한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로봇과 인간의 우정은 아버지와 딸의 애틋한 사랑으로 치환돼 감동을 준다. 
이성민을 해관 역에 캐스팅 한 것은 여러모로 묘수였다. 엉뚱하고 때로는 되바라지기까지 한 로봇에게 툭툭 말을 걸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는 해관의 모습은 이성민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자꾸만 로봇 소리를 인간과 비슷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것도 로봇과 조금씩 더 깊은 정서를 나누고 표현하는 연기 덕분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로봇, 소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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