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윤종신, 김구라 조종하는 ‘만능 리모콘’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1.14 16: 25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처럼 자유분방한 김구라를 저지할 사람은 윤종신 밖에 없지 않을까. 그의 말마따나 ‘리모트 콘트롤’이다.
윤종신의 목소리가 김구라처럼 격앙되진 않았지만, 낮게 깔린 저음으로 할 말을 다하며 얄밉게 그의 기를 꺾어 놓는다. 유치한 개그로 잽도 잘 날린다. 가끔은 방송에서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는 것 같은 거센 대화를 나눠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알고 보면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합을 이뤄가는 과정임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형제 같은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가 그 누구보다 좋다.
윤종신은 예능 이미지가 강한 발라드 가수다. 지난 1990년 015B의 노래 ‘텅빈 거리에서’를 통해 데뷔한 그는 연예계 생활이 25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20대다운,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매달 월간종신을 발표하며 가수로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있고, 각종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능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또 연예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는 CEO다. 잠잘 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만능인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그의 잦은 방송 출연으로 인해 예능인으로 인식할 수 도 있겠다. 웃긴 이미지 때문에 그의 가창력과 음악성이 다소 묻혀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가수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윤종신은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처음 보는 게스트들의 특징을 잘 짚어내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특출난 능력을 보여준다. 지난 2007년 5월부터 매주 다른 게스트들을 맞이하며 ‘라스’를 이끄는 든든한 MC로 자리 잡았다. 윤종신은 맏형 김국진과 막내 규현 사이에서 허리 같은 존재. 초반에는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걱정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명실상부 MBC 대표 예능으로 안착했다.
윤종신은 KBS2 ‘인간의 조건- 도시농부’에서도 셰프 최현석 가수 조정치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버라이어티를 해본 오랜 경험을 살려 본인이 나서서 웃음 제조기 역할을 맡았다. 그 덕분에 방송 초짜들도 안심하고 녹화를 한다는 후문이다.
사실 ‘라디오스타’를 보면 윤종신과 김구라가 원수지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사람 사이에 변치 않는 신뢰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막말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물론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하지만 서로 무슨 말을 하고 듣든 ‘라스’에서 만큼은 자존심을 버리고 프로그램 재미를 위해 온몸을 던진다.
둘이 의기투합해 게스트들을 공격하는 콤비 플레이도 펼친다. 겉으로 보기엔 윤종신이 김구라에게 당하는 것 같지만, 자신이 이렇게 나오면 김구라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고 대처하는 것이다.
‘라디오 스타’의 연출을 맡은 황교진 PD는 OSEN에 “사실 김국진 김구라 규현 모두가 그렇지만 윤종신은 ‘라스’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매주 색다른 게스트가 나오기 때문에 그에 따라 MC들이 어느 질문을 할지 결정하는 게 제작진의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연예계 스펙트럼이 넓은 윤종신이 MC들을 아우르며 잘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황 PD는 “우리 네 명의 MC들은 관점이 모두 다르다. 김국진, 김구라 씨도 그만의 관점이 있어 존중할 만 한데 특히나 윤종신은 가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음악적 견해, 또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사업가의 기질, 오랜 시간 토크쇼를 이끌어 온 MC로서의 견해를 다양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유재석에 버금간다.(웃음) 그는 사람의 매력을 잘 파악하고, 녹화 분위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잘 아는 인물이다. 김구라는 물론 규현, 김국진과도 잘 맞는다. 그의 독특한 시선이 프로그램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방송 관계자도 “윤종신 씨가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난다. 만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넓은데 아이돌 가수부터 배우, 예술가 , 스포츠 선수들까지 다 만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다. 또 나이가 많아도 페이스북 등 SNS를 열심히 하면서 스타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윤종신에게 ‘대표 예능MC’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연륜을 통해 내공을 쌓은 그가 올해는 얼마나 많은 활약을 보여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지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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