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들’ PD, 종이봉투 방청객의 비밀 밝혔다[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1.15 08: 44

 MBC ‘능력자들’을 보면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스튜디오를 찾은 방청객들이 모두 하나 같이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히 만화 캐릭터의 눈코입이 그려진 박스를 뒤집어쓰고 있어 누가 나왔는지 분간하기 힘들다. 이들 가운데 갑자기 ‘덕후’가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능력자들’은 덕후를 다루는 프로그램답게, 한 번 보면 이상하게 자꾸 빠지게 되는 마력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은 소위 ‘덕밍아웃 토크쇼’로 숨어있는 덕후를 세상 앞에 불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떠한 분야에 취미를 넘어 일상이 된 사람들이 혀를 내두룰 정도의 놀라운 능력과 수집 능력을 자랑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보게 만든다. 특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김구라와 정준하의 MC 조합도 신선하다.
‘능력자들’의 연출을 맡은 이지선 PD는 14일 OSEN에 “처음에는 방청객들이 얼굴을 가린 채로 등장하는 콘셉트여서 그런지 좋아하시더라.(웃음) 그런데 그 종이박스가 나름대로 무게가 있어서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셨다”며 “제작진이 회의를 거친 끝에 종이 박스에서 종이 봉투로 바꾸었다”고 비화를 밝혔다.

이 PD는 이어 “초반 방송을 시작할 때보다 방청객 판정단에 지원하는 사람의 숫자가 세 배나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덕후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한데 ‘능력자들’을 통해 어느 정도 존경의 시선이 더해진 면이 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철이 없다고 혀를 끌끌 찬다. 심지어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이에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게 두려운 그들은 좋아도 관심 없는 척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한다. 보통 사람처럼 살며 혼자서 좋아하는 것을 누리겠다는 것.
하지만 방 안에만 틀어박혀 취미로만 탐닉하던 음침한 덕후들이 ‘능력자들’을 통해 세상에 당당히 나올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자신의 능력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자랑해야 할 때다.
이 PD는 덕후들의 섭외 과정에 대해 “지원을 해준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가장 먼저 미팅을 하고 주변에서 제보를 받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여타 프로그램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버스, 게임, 편의점, 떡볶이, 신발, 매운 맛, 속눈썹, 치킨, 막걸이, 종이로봇 등 먹을거리부터 소품까지 각양각색의 덕후들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선을 빼앗았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지인 가운데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신기루 씨를 덕후로 추천했고, 매니저의 나이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건망증이 심한 방송인 박소현도 추천을 통해 출연했었다. 그녀는 ‘아이돌 덕후’로서 각 그룹 멤버들의 이름과 나이, 맡고 있는 포지션, 심지어 그룹 이름에 얽힌 유래까지 꿰고 있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배우 김광규는 홈쇼핑 덕후, 현진영은 인형뽑기 덕후를 자처해 웃음을 안겼다. 이 모두 제보를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이 PD는 “덕후분들은 본인의 능력을 모르더라. 박소현 씨도 주변에서 추천을 해주셔서 용기를 내서 나온 것이다. 그냥 나오기 좀 부끄러워하시더라.(웃음)”며 “사실 한 분야에 열정적으로 파고든 사람을 보면 존경할 필요도 있다. 저희가 굳이 감동코드를 내세우진 않는데,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덕후들이 존경할 정도로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걸 보면 저절로 몰입해서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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