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속에서 유승호와 가슴 절절한 부자 호흡을 보여주던 전광렬이 결국 죽음을 맞았다. 살인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안타깝게 사망한 전광렬에 시청자들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전광렬은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에서 사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쓴 사형수 서재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과거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와 또 다른 아들을 잃은 서재혁은 절대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아들 서진우(유승호 분)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성품이 온화한 서재혁의 유일한 꿈은 아들 진우와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며 살아가는 것 뿐이었다. 이런 서재혁을 닮은 진우 역시 누구보다 착실하고 바르게 자랐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기억을 잃기 시작한 서재혁은 일호그룹의 남규만(남궁민 분) 때문에 누명을 썼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지 못한 채 사형 선고까지 받고 말았다.
전광렬은 표정부터 말투까지 어수룩하기만 한 서재혁을 너무나 맛깔스럽게 표현해내 등장 때마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중에서도 유승호와 보여주는 절절한 부자 호흡은 '리멤버'를 애청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어줬다.
전광렬은 2007년 '왕과 나', 2011년 '무사 백동수', 2012년 '보고싶다'에 이어 이번 '리멤버'까지, 유승호와 4번째 연기 호흡을 맞췄다. 전광렬은 유승호의 특별 부탁으로 '리멤버'의 특별 출연을 결정했다. 유승호가 자신의 아버지 역으로 누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전광렬을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유승호를 평소 아들처럼 아끼고 독려해왔던 전광렬이 이를 흔쾌히 수락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전광렬은 "군에서 제대한 승호가 이번 작품에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연락이 왔길래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하고는 이렇게 참여하게 되었다"며 "승호와는 서로 눈빛만 봐도 연기호흡이 정말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서로 인간적인 교감도 잘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전광렬의 설명처럼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면회실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오열하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을 계속 만들어냈다. 진짜 아버지와 아들 그 이상의 연기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에 시청자들은 매 회 찬사를 보냈다.
지난 14일 방송된 '리멤버' 10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4년만에 변호사가 되어 나타났던 서진우는 반격을 할라치면 늘 남규만의 덫에 걸려 위기에 빠지곤 했었다. 재심 마지막 공판 역시 서진우는 뒤통수를 맞았고,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재혁은 서진우의 마지막 변론 중간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방송 말미 공개된 편지를 통해 끝없는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게 하며 안방에 먹먹한 울림을 선사했다.
이로써 전광렬은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결국 죽음으로 극에서 하차를 하게 됐다. 그간 명품 연기력을 보여주며 극을 지배해왔던 전광렬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크게 느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