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감’은 살아 있었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입담을 발휘하며 예능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는 그지만 윤종신은 매달 ‘월간 윤종신’을 발표하며 가수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고 있는 발라드 가수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하림과 김연우, 장재인, 김예림 등 실력파 뮤지션이 소속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대한민국 가요계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인 윤종신은 결정적인 순간에 날카로운 촉을 발휘했고, 그의 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지난 14일 방송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2’(이하 ‘너목보2’)에는 가수 윤종신이 출연했다.
첫 라운드부터 윤종신의 감이 적중한 건 아니었다. 그는 미스터리 싱어 7인 가운데 ‘잠실 깔깔이’와 ‘꼬마 룰라’를 음치로 선택했고, 누가 봐도 노래를 잘할 것 같이 생긴 사람이 오히려 음치일 것이라며 제작진의 의도를 역으로 추리했다. 하지만 이는 그의 과도한 추측이었고, ‘잠실 깔깔이’는 음색과 감정, 고음까지 모두 갖춘 실력자로 드러나 윤종신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어진 라운드에서도 그의 추리 실패는 계속됐다. 립싱크 모습을 확인하고 “은행원의 실력이 아닌 것 같다”라고 확신했던 ‘도시은행 월급 윤종신’은 진실의 무대 최초로 아카펠라 무대를 준비해 윤종신의 ‘환생’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미스터리 싱어가 3명이 남은 가운데 음치로 지목했던 ‘치킨집 얼짱녀’ 역시 얼굴만큼이나 고운 목소리를 가진 실력자였다.
잇따른 실패로 자신감을 잃은 윤종신이었지만 그의 뒷심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비로소 발휘됐다. 최종 선택을 하기 전, 음치수사대와 상의할 수 있는 100초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윤종신은 온전히 자신의 감을 믿었고, 최후의 2인 가운데 윤종신은 ‘아현고 4대 천왕’을 음치로 지목했다. 그는 앞서 뛰어난 댄스 실력과 자연스러운 립싱크 모습으로 모두에게 실력자라는 확신을 강하게 줬던 인물. 하지만 윤종신은 “이 정도 춤과 비주얼, 노래 실력이면 어떻게든 데뷔했을 법한 실력자”라며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고, 그의 예감은 사실로 드러나 ‘아현고 4대 천왕’을 실력자로 믿었던 많은 이들을 경악에 빠뜨렸다.
이제 남은 건 ‘무적로커’ 뿐이었다. 앞서 과장된 표정과 어색한 몸짓, 그리고 입고 나온 야구 복까지 진짜가 아닐 것이라며 모두가 음치라 확신했지만 윤종신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이 시작됐다. 감미로운 윤종신의 목소리에 이어 ‘무적로커’의 목소리가 공개됐고, 그는 허스키하면서도 애절한 음색을 자랑하는 실력자였다. 또한 그는 실제로 LG트윈스의 응원가 ‘민족의 아리아’를 부른 주인공이었다. 야구장 스피커로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줘야하는 것이 한이 되어 ‘너목보’에 출연하게 됐다는 그는 윤종신의 탁월한 선택 덕분에 많은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가창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언젠가는 야구장을 넘어 멋진 무대에 서는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남자와 음악인생 27년차 다운 예리한 감으로 실력자를 알아 본 남자. 두 남자의 하모니는 그렇게 보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너목보2'는 직업과 나이, 노래 실력을 숨긴 미스터리 싱어 그룹에서 얼굴만 보고 실력자인지 음치인지를 가리는 대반전 음악 추리쇼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9시 4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너목보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