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준호와 정웅인이 영화 ‘투사부일체’ 이후 10년 만에 드라마에서 재회해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철 지난 조폭 가족극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며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방송 내내 동 시간대 시청률 최하위에 머무르며 마지막까지 힘을 쓰지 못했다.
‘달콤살벌 패밀리’는 집밖에선 폼 나는 조직 보스지만 집에서는 아내의 잔소리와 아이들의 무시에 찬밥 신세로 전락한 아버지의 삶을 중심축으로 잡았다. 애달픈 가장의 직업이 조폭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단순히 조폭 드라마는 아니었기에 기대해볼만 했다.
조폭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말끔히 지웠기 때문. 조폭이라는 직업만 차용한 것이지 한 남자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웃프게’ 그린 휴먼코미디 드라마였다.
하지만 ‘조폭’이 발목을 잡았다. 제작진이 아버지의 인생을 유행이 지난 조폭에 녹여내려고 한 게 문제였다. 차별성을 두려다 진부함을 얻게 된 것이다. 비슷한 장르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정준호와 정웅인을 캐스팅한 것을 보면 그때의 케미를 어느 정도 기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폭의 보스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설정은 대중의 입맛을 자극할만한 매력이 없다는 게 함정이었다. 조폭이라는 소재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서 진정으로 얘기하고 싶었을 아버지의 애환이란 음식마저 상하게 만들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수목극 ‘달콤살벌 패밀리’ 마지막 회는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 됐다. 태수(정준호 분)가 백회장(김응수 분)을 상대로 복수에 성공했고, 성민(민혁 분)과 현지(민아 분)는 사랑을 이뤘다. 종영에서는 믿음과 사랑만 있다면 뭐든 이루지 못할 게 없다는 것을 알려주며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달콤살벌 패밀리’는 조폭의 삶을 그린 듯 했지만, 조폭이란 주인공은 단순한 장치일 뿐 드라마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가장의 애환과 가족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조폭하면 떠오르는 사투리, 배신 등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물론 배우들의 열연은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힘을 발휘했다. 코믹 연기에 정평이 난 정준호가 직장에서 쫓겨나고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리저리 발로 뛰는 모습은 적지 않은 감동을 자아냈다.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태수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완성한 것이다. 인기작 ‘그녀는 예뻤다’에 이어 흥행으로 이어질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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