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실했던 꿈이 무너져 버렸다.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던 유승호의 간절함이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유승호의 처절한 오열과 명품 연기력은 안방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10회에서 서진우(유승호 분)는 자신의 몸 상태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재판장으로 향해 4년 전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의 담당 의사로부터 위증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로써 서진우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음을 증명했고, 승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그 중 하나가 남규만(남궁민 분)이 버린 곽형사(김영웅 분)를 증인으로 내세우는 일이었다. 서진우는 곽형사의 목숨을 구해줬고, 곽형사는 마지막 증인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 이인아(박민영 분)은 검사 옷을 벗고 서진우를 도왔고, 박동호(박성웅 분) 역시 서진우에게 진 빚을 갚겠다며 결정적 증거였던 동영상을 내놓겠다 결심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드디어 서진우가 속 시원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상황는 달랐다. 박동호는 재판 당일 증거물을 뺏겼고, 곽형사 역시 남규만의 사주를 받아 서진우를 속였다. 게다가 서진우는 마지막 변론 도중 서재혁이 사망을 했다는 전화를 받고 말았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인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해 목숨까지 잃고 만 아버지에 서진우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최종 변론을 마쳤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누명도 벗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아버지의 차가운 시신을 본 서진우는 가슴 찢어지는 오열을 했다.
그간에도 눈물 연기를 많이 보여줬던 유승호는 이날 연기 그 이상의 오열 장면을 완성해내 안방 시청자들까지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마치 진짜 아버지를 떠나보낸 듯 끊임없이 토해내는 통곡 소리는 서진우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했다. 이에 "이러다 탈진하겠다"는 걱정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또 유승호는 장례식 장면에서 박성웅의 멱살을 잡고는 분노를 터트렸는데, 이 때도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오열해 안타까움을 배가시켰다.
물론 아버지까지 잃어버린 서진우와 일호그룹 사장직에 오르며 정식 후계자가 된 남규만의 뻔뻔한 행동에 '리멤버'는 다시 한 번 가슴 답답한 핵고구마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게 됐지만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유승호의 연기만큼은 명품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줬다. 유승호가 울면 같이 울고, 유승호가 웃으면 같이 웃는 시간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서진우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한편 '리멤버'는 절대기억력을 가진 천재 변호사가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는 내용을 그린 휴먼멜로드라마다. /parkjy@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