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성호, 김재욱, 김원효, 이종훈, 정범균이 코미디의 초심을 되찾기 위해 뭉쳤다. 아이돌 그룹도, 배우 그룹도 아닌 개그맨 그룹이라니 다소 생소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들 조합은 왠지 모르게 단단하고 결연했다.
쇼그맨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다섯 명은 지난해 11월에 공연을 시작해 오는 2월 미주 전역 6개 도시에서, 6월에는 호주 교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친다. 이 다섯 명의 코미디 경력을 합치면 약 57년이다. 이제는 수많은 후배들을 거느리며 선배라는 호칭이 익숙한 이들이 현 시점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직접 물어봤다.
- 쇼그맨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방송국도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건 많은데 안 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저희가 찾아서 해보자고 했어요. 저희가 워낙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다가 방송을 접한 사람이 많아서 우리끼리 뭉치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다섯 명이) 친하긴 다 친하고 오래 됐어요. 인터뷰든 어떨 때는 친하냐고 물어보면 ‘너 와이프 얼마나 사랑해?’라고 물어보는 거랑 똑같아요. 서로 애정도를 모르니까...그냥 친해요. 남녀의 사랑은 아니고 공연할 만큼은 친한 것 같아요.” (김원효)
-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교민들을 사로잡을 예정인가.
“우리나라랑 다를 것 같기는 해요. 컴플레인 문화가 강하다고 들어서 겁나기도 하고. 그 분들이 기대했는데 거기에 못 미칠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뭘 해도 웃어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조심하려고 하죠. 웃기기 위해서 일부러 야한 거나 19금 수위로 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공연이에요. (박)성호형도 코미디를 20년 가까이 했는데, 미국은 초심을 돌아보게 할 정도로 낯선 곳이죠. 미국으로 한 달 이상 가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김재욱)
“뉴욕 3시 공연이 처음이니까 제일 중요해요. 그 공연을 하면서 앞으로 공연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감이 올테니까. 다들 경력이 있고 노하우가 있으니까 반응이 좋다하면 나름대로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면 급수정 들어갈 수도 있어요.” (김원효)
“저희가 생각한 웃음 포인트 전에 웃어주면 미국 사람들이 참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라디오 생방송을 하는데 애틀란타에서 사는 주부들이 사연을 보내셨더라고요. 요즘에는 휴대폰 어플로도 다 볼 수 있잖아요. 라디오도 듣고 실시간으로 한국에 있는 예능을 접하기 때문에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김재욱)
- 소품부터 모든 걸 다 직접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는지
“원래 개그맨은 대본부터 연기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해요. 한 사람이 멀티로 한 사람 다 소화를 해야 하는데 누구한테 맡긴다는 자체도 불안하고, 마음에 들기도 어렵죠. 저희도 의상 담당, 음악 담당, 소품 담당, 가발 담당 그런 것들이 나눠져 있어요. 저는 소품 때문에 일본까지 갔다 오기도 했어요. 가내수공업의 느낌이죠.” (박성호)
“인건비 절감의 문제도 있어요. 개그 쪽이 유독 심하긴 하지만, 연극 무대가면 배우들이 다 세트 만지고 해요. 처음에만 전문적인 사람들이 무대나 조명 세팅하고, 지방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가서 무대 조립하고 해요.” (김원효)
- 쇼그맨에 앞서 공연하고 있는 개그맨 선·후배와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후배들하고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저희가 경력이 길기 때문에 더 여유롭거나 돌발 상황이 나왔을 때 대처하는 게 낫겠죠? 선배님들하고 차이점은 아직까지는 저희가 젊지 않나 싶어요. 저희는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생동감 있게 같이 호흡하는 걸 좀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다른 공연을 못 보기도 했어요(웃음).” (정범균)
“저게 진심이에요. 제 생각엔 조금 더 다양성이 있다는 점 같아요. 어떤 공연은 개그에만 치중해서 밋밋하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 저희는 맛집이기는 하지만 매운 떡볶이 집, 40년 전통 국밥집 이게 아니라 전주비빔밥 같은 느낌이에요. 비빔밥같이 다양성이 섞여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원효)
-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과 공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극장에서 하는 건 저희 맘대로 저희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것 같아요. 연출도 하고 개그 수위도 우리가 맞추고 내용도 그렇고. 반면에 방송은 제작진하고 합쳐서 한다는 점이죠. 당연히 맘대로 하는 게 좋아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종훈)
-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좋은 추억을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콘서트를 보고 갔다는 느낌이 아니라 잘 놀다간다 는 생각으로요. 추억의 한 페이지로.” (정범균)
“포스터에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라고 적었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영화도 그렇지 않나요? 너무 기대하면 재미없잖아요. 특히 저희는 개그맨이니까 다른 문구를 써도 될 것 같아요.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처럼 역발상적인 멘트가 더 편안할 것 같아요.” (김원효)
“그냥 진짜 범균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공연의 특징은 양방향 소통의 무대니까 같이 즐겁게 신나게 놀다간다라는 생각으로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성호)
“‘어디 한번 웃겨 봐라’라는 생각으로 오시면 절대 재밌는 공연이 될 수 없어요. 같이 논다는 느낌이 제일 맞는 것 같아요. 방송에서는 못했던 프로그램들을 많이 넣었으니까 같이 놀고 공유하고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기존 공연과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했거든요. 티켓뽕을 빼겠다는 생각 하지 마시고 저희 모두 경력이 있으니까 마음의 문을 열고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종훈) / jsy9011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