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에서는 언제나 '불운한 배우'라는, 동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 데뷔 후 25년간 네 번이나 오스카에 도전했지만, 충분히 받을만한 연기력에도 불구 매번 '무관'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열리는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수많은 후보작 중 최다 노미네이트를 이루며 복병으로 떠오른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를 이끈 주인공이기 때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등 총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에서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감독상으로 3관왕을 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한 달 전에 치르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라고 여겨질 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만하다. 특히 지난해와 2014년의 경우만 봐도 각각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 매튜 맥커너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같은 상을 받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 부문이 뮤지컬&코미디 부문보다 조금 더 진지한 내용을 다루는만큼, 연기력의 면에서도 더 인정받을만한 가능성이 높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드라마 부문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는 아카데미 수상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선 것으로 봐도 무방한 청신호다. 아깝게 남우주연상을 놓친 2014년, 그는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카데미 시상식의 악연은 1993년 시작됐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도망자' 토미 리 존스에게 밀려 남우주연상을 내줘야 했다. 이어 그가 출연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1997년 영화 '타이타닉'은 무려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후보 목록에 남우주연상만은 빠져 있어 안타까움을 줬다.
이후 '에비에이터'로 2004년 후보에 올랐을 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레이' 제이미 폭스에게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또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지난 2006년 후보에 올랐지만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를 넘지 못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에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후보에 올랐으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니히에 수상의 기쁨을 양보해야 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번 노미네이트가 유독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금발의 미남인 그는 데뷔 때부터 연기력에 대해서는 역량에 비해 과소평가를 받아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번이나 미끄러진 것도 이 같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설움을 극복하기 위함인지 몰라도 그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진지한 작품들로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 덕에 이제는 누구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미남 배우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과연 징크스는 깨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4전5기의 끝은 기쁨의 수상이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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