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과 낚시 논란이 난무하지만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혜리 분)의 남편 찾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와 스릴을 더해갑니다. 덕선이 김정환(류준열 분)과 맺어져도 최택(박보검 분)이 불쌍해 울테고, 반대의 경우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덕선의 짝은 누구일까요. OSEN의 선 후배 여기자 두 명이 각자 사심을 앞세워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삼아 흥미거리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 '어남류'가 진리, 류준열을 믿사옵니다(표재민 편)
인터넷이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가를 두고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 드라마를 꼬박꼬박 시청한 기자 역시도 거듭되는 ‘낚시질’에 인내심을 잃었다가도, 다시 또 챙겨보고 있습니다. 저란 기자, 아니 저란 여자는 이렇게 쉬운 '기자 인간'이었습니다.
이왕 남편 찾기로 욕을 한 바가지로 먹고 있는 제작진이기에 마지막까지 덕선이의 미래 남편인 김주혁이 누구의 성인을 연기하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겠죠. 뭐 이제 와서 일찍 공개한다고 성미 급한 시청자들이 ‘낚시질’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를 감싸진 않을 겁니다.
사실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정이 가득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자극적인 요소는 딱 하나, 질질 끄는 ‘남편 찾기’입니다. ‘못돼 처먹은’ 악역이 등장하는 것도, 기상천외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닌 ‘응답하라’ 시리즈가 웬만한 ‘막장 드라마’보다 중독성이 있는 것은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자극하지만 흥미로운 ‘남편 찾기’도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러하듯 무심한 듯 보이나 따뜻한 남자인 정환이 남편이 될지, 두 번의 시리즈와 달리 대놓고 따뜻한 남자인 택이가 남편이 될지는 결정이 된 상태입니다.
전 ‘어남류’를 믿습니다. 택이가 보여준 의외로 박력 넘치는 남성미도 매력적이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의 무뚝뚝하게 보이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만 잘해주는 정환이가 덕선이의 남편일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정환이가 만원 버스에서 팔근육이 터질 듯 힘을 주며 덕선이를 지킨 모습에 설렜고, 덕선이를 기다리기 위해 신발끈을 여러 번 고쳐 묶는 순수한 행동에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택이가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덕선이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등교를 하고, 아픈 형 김정봉(안재홍 분)을 위해 자신의 인생도 포기하는 착한 남자 정환이가 좋습니다. 정환이가 멋있으니까 류준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습니다. 못 생겼는데 매력 있는 남자에게 빠지면 답도 없다는 네티즌의 표현에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정봉이의 표현대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18회만 보면 택이가 남편일 것 같다는 의견도 많습니다(신원호, 이우정 부들부들). 정환이가 고백을 하자 덕선이가 마치 ‘네 마음을 알고 있지만, 너무 늦었어. 이미 난 다른 사람을 좋아해’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는 게 ‘어남택’을 주장하는 팬들의 목소리(나와 싸우자!)입니다. 덕선이가 정환이의 고백을 들으면서도 친구들 모임에서 아직 오지 않은 택이를 기다리는 듯 한 모습을 보였고, 정환이 역시 그런 덕선이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듯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을 지었다는 거죠.
전 또 다른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언제나 먼저 마음을 고백했던 남자들이 모두 물을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택이가 대국을 포기하고 덕선이에게 달려간 그날, 고백을 했고 차였다면 정환이가 두 번째로 고백한 게 됩니다. 물론 제 추측입니다.
택이가 남편일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로 모두들 18회 인터뷰를 거론합니다. 덕선이의 미래 남편인 김주혁이 방송 인터뷰를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갑자기 택이처럼 어리바리한 행동을 한다는 건데, 모두 상상일 뿐입니다. 정환이가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갔지만 조종사가 되지 않아 인터뷰를 자주 하는 유명인이 됐을 수도 있고, 유명 조종사가 돼 인터뷰를 자주 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오는 16일 종영까지 남은 이야기는 단 2회입니다. 마지막까지 제작진의 ‘낚시질’에 가슴이 아팠다가 설렜다가 하겠죠. 지난 3개월간 단 하나의 작은 복선에도 설렜다가 뭉클했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봤습니다. 바람대로 정환이가 남편일지, 또 다른 누군가의 바람대로 택이가 남편일지 확인하는 건, 본 방송을 사수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겁니다. / jmpyo@osen.co.kr
# '어남택'이라 쓰고 참사랑으로 읽습니다. (이소담 편)
시청자가 둘로 갈라진 건 물론이고, 관련 없는 연예인들에게까지 라디오의 단골 질문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덕선의 남편 말입니다. 그렇다면 전 처음부터 어차피 남편은 택이, ‘어남택’이었습니다. 판단의 근거는 간단했습니다. 덕선이의 마음을 따라가보며, 사심으로 꾹꾹 눌러쓴 ‘어남택’ 편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응팔’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어느 커플이 결실을 맺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 말은 즉, 여자주인공인 덕선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메인으로 그려지고 있죠.
처음 시작은 이랬습니다. 덕선이는 둘째의 서러움을 갖고 살았습니다. 혜리가 연기력으로 극찬 받았던 장면 기억나시나요? 공부 잘하는 장녀와 예쁨 받는 막내 사이에서 덕선이는 늘 관심을 바랍니다. 아직 고등학생인 덕선이에게 진지한 사랑의 감정을 요구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덕선이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보였죠.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게 좋았으니까.
첫 번째 상대는 선우(고경표 분)였습니다. 선우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친구들의 말에 선우에게 호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다 선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보라(류혜영 분)였다는 걸 알고 실망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정환(류준열 분). 정환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친구들의 말에 호감을 드러내려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바로 접습니다. 왔다갔다하는 덕선이의 마음도 18살이니까 다 가능한 게 아닐까요?
이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건 덕선이에게 큰 상처가 된 것 같습니다. 이때 동룡(이동휘 분)이의 말이 해답이 됐습니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거 말고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냐”는 조언을 해줬죠. 그 순간 택이가 덕선이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게 과연 연출자의 낚시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물론 덕선이가 처음부터 택이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택이 얼른 커서 누나한테 장가와야지”라고 말하며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장면만 봐도 말이죠. 바둑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고요.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택이를 따라 중국을 가고 난 이후부터는 조금씩 감정이 드러나게 됩니다.
택이를 소개시켜 달라는 친구들의 부탁에 “택이는 건들면 안 돼, 니들 같은 애들 만나면 오염 돼”라며 수차례 거절했습니다. 이걸 두고 예전처럼 누나 같은 마음일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덕선이는 동룡이의 조언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 택이를 신경 쓰게 되는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성으로서 말이죠. 그게 다 성장하는 과정 아닐까요? 택이와의 약속이 취소됐을 때도 실망하고 계속 신경을 썼습니다. 다리가 다쳐 택이에게 업혔을 때도 집에 돌아와서 쉽게 잠도 못 들잖아요.
이밖에도 단편적인 증거는 많습니다. 흡연자, 왼손잡이, 한 겨울에도 얇게 입는 습관 등이죠. 특히 18회에서 “만화책 좀 그만 봐. 이미지 좀 생각하자”는 어른 덕선의 말을 보면, 그의 남편은 널리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는 것. 즉 천재바둑기사 최택 정도는 돼야 말이죠. 이제 단 두 편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끝까지 ‘어남택’을 응원하겠습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