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 H.O.T”
1990년대 후반을 휩쓸었던 독보적인 아이돌 그룹 H.O.T(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강타, 이재원)가 또 다시 재결합설이 불거졌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한 무대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추측 속에 재결합설이 벌써 몇 주에 한 번씩 제기되고 있다. 일단 H.O.T 멤버들의 소속사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H.O.T는 1996년에 데뷔했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표현 자체도 H.O.T의 등장과 함께 나왔다. 10대들의 우상이라는 뜻의 그룹 이름답게 ‘전사의 후예’는 지금 표현으로 ‘왕따’ 문제를 다룬 것과 다름 없었다. 10대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며 10대들의 우상으로 우뚝 선 그들은 1집 앨범에서 ‘캔디’로 대박을 쳤다. ‘전사의 후예’가 화려한 퍼포먼스에 집중했다면, 귀여운 의상을 입고 대중적인 노래를 부르며 인지도를 확 끌어올렸다. 그해 가요대상 신인상은 H.O.T가 싹쓸이 했다.
H.O.T의 등장은 아이돌 그룹이 쏟아지는 계기가 됐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선두주자로서 앨범을 낼 때마다 사회적인 큰 관심을 끌었다. H.O.T는 마지막 앨범이었던 5집까지 타이틀곡이 대부분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가사이거나, 청소년들의 아픔을 다뤘다. 본격적으로 10대들이 대중문화의 소비층으로 확 떠오르게 만든 그룹이 바로 H.O.T였다. 지금의 아이돌 그룹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것도 캐릭터 상품을 최초로 판매하고 멤버들만 나오는 영화가 제작되는 등 단순히 가수로서의 활동 외에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창구를 연 그룹이기 때문이었다.
H.O.T의 인기는 10대 청소년들의 비행 문제로 연결되는 시선도 있었다. 지금보다 엄숙한 분위기였던 당시 H.O.T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학생들의 무단 조퇴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 차원에서 조퇴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H.O.T는 세대 갈등의 촉매제이자 억눌려있던 10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분출구였던 셈이었다.
지금이야 워낙 아이돌 그룹의 숫자가 많은 까닭에, 그리고 10대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까닭에 한 아이돌 그룹에게 인기가 집중되지 않지만 H.O.T가 주름잡던 1990년대 후반에는 젝스키스만이 유일한 ‘라이벌 그룹’이었다. 최고의 인기 아이돌그룹의 팬들의 엄청난 응집력은 잠실주경기장이라는 국내 최대 콘서트장을 꽉 채울 수 있는 열기로 이어졌고 대중 가수에게 개방의 문이 좁았던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는 새로운 역사를 세우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의 개별 활동이 거의 없었던 그 시절 H.O.T는 5집 앨범을 끝으로 해체했다. 마지막 콘서트에서 실신하는 팬들이 쏟아졌고, 해체 발표 전후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청담 사옥 앞에는 해체를 반대하는 팬들의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데뷔부터 전성기, 그리고 갑작스러운 해체까지 H.O.T는 그렇게 늘 신드롬과 새 역사의 주인공의 길을 걸었다. 해체 후 각자 활동을 하던 H.O.T는 멤버들이 군복무를 마친 시기 이래 거듭된 재결합설이 불거졌다.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있었기에 영원히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는 일부 멤버들의 생각과 각자의 사정에 따라 재결합설은 언제나 소문으로만 그쳤다. 허나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어떤 방식으로든 한 무대에 오르지 않겠느냐가 팬들의 공통적인 바람과 연예계 관계자들의 이유 있는 추측이다. 멤버들 측은 15일 오후 OSEN에 “20주년 재결합 콘서트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H.O.T는 2001년 2월 ‘H.O.T FOREVER 콘서트’를 끝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당시 이들을 좋아했던 10대 팬들은 어느덧 30대를 넘어섰지만 이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돌계의 조상님’으로 불리는 이들이 다시 팬들 앞에 설 수 있을까. 팬들은 하얀색 풍선을 들고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JTBC, SM엔터테인먼트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