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는 요리연구가였다. 해장국의 맛을 십분 즐기기 위해 전날 술을 마시는 투혼(?)까지 발휘한 백종원은 단연 ‘3대천왕’의 주인다웠다.
백종원은 지난 15일 방송된 ‘백종원의 3대천왕’(이하 3대천왕)에서 대한민국 각지의 해장국 명가들을 찾아 다니면서 야심한 시각 시청자들의 입맛을 돋웠다.
이날 그는 해장국이 가장 맛있을 시간대를 공략해 오전 5시라는 이른 시간에 기상했다. 퉁퉁 부은 모습까지 셀프카메라에 담았다. “해장국의 맛을 즐기기 위해 전날 술을 마셨다”는 고백은 음주를 위한 핑계처럼 들리면서도 요리연구가다운 발언으로 다가왔다. 해장국 맛집들을 찾아다닐수록 기상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해장국 한 그릇 맛있게 먹자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백종원에게는 그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성의 끈을 놓은 듯한 ‘폭풍 먹방’은 해장국 특집에서 더욱 돋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30년 단골이 있을 정도로 해장국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백종원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국물이나 고기가 리필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에는 “왜 진작 말 해 주지 않았나”라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두 그릇 분량의 해장국을 먹어 치워 ‘3대천왕’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탄복을 이끌어 냈다.
그는 ‘백설명’의 면모 역시 유감 없이 드러냈다. 황태해장국 명인과의 입씨름이 백미였다. 명인이 황태해장국을 끓이는 모습을 본 백종원은 “저렇게 황태를 많이 끓이니 맛이 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을 보탰다. 그러나 명인은 “황태 한 마디만 끓여도 제대로 끓이면 맛이 난다”고 반박해 백종원을 머쓱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황태해장국도 모르는 제가 뭘 알겠냐”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배워 가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맛깔 나는 먹방에 마음이 담긴 음식 평가까지. 단 한 번도 음식을 허투루 대한 적 없던 요리연구가로서의 인생이 그의 ‘쿡방’에 묻어 있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의 진가를 알아 주는 백종원의 모습에는 그야말로 영혼이 담겨 있었다. ‘3대천왕’이 한밤중에도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당기는 이유, 매주 펼쳐지는 백종원의 ‘전국구 먹방’이 기대되는 이유일 터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3대천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