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들’에 롤러코스터 덕후가 등장했다. 그의 나이는 다름 아닌 53세. 흔히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롤러코스터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롤러코스터 덕후에게 나이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이제는 덕질을 통해 밥벌이까지 하고 있다는 롤러코스터 덕후를 만나봤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는 덕후들의 열 번째 정기모임이 그려진 가운데 롤러코스터 덕후 김혁씨가 출연했다.
이날 롤러코스터 덕후가 등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지긋한 나이로 보이는 인상이었다. 이에 김구라는 나이를 물었고, 올해 53세라는 답에 그의 건강부터 걱정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덕후에게 이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01년부터 기록을 시작한 이래 전 세계 720여 종의 롤러코스터를 탑승한 경험이 있는 그는 새로 생긴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서라면 노숙도 불사하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2010년 6월, 미국의 해리포터 테마파크 개장 당시 20시간 비행 후 10시간 운전을 한 후 김혁씨가 테마파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5시 30분. 자신이 제일 처음 도착했을 것이라 자부했던 예감은 어김없이 무너졌고, 이미 현장에는 1,000여명이 대기해 있었다. 이에 그는 8시간을 기다려 롤러코스터에 탑승했고, 오픈 당시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많아 호텔에 방을 잡을 수 없었던 탓에 노숙을 하고 차에서 잠시 자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전해 모두의 놀라움을 샀다.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시간은 겨우 2분 30초에 불과했다. 누군가는 허무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롤러코스터 덕후에게 있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온전히 놀이기구에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럴 때마다 더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롤러코스터에 빠지게 된 건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롤러코스터인 청룡열차를 타고 나서부터였다. 아버지 출장길을 따라 서울에 와 처음 타 본 롤러코스터에 주인공은 구름을 탄 듯 행복한 기분을 느꼈고, 이후 그는 꾸준히 롤러코스터라는 한 길을 팠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이어진 롤러코스터 덕질은 직업으로도 이어졌다.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뽀뽀뽀’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 ‘딩동댕 유치원’ 메인작가로 4년간 일하며 뚝딱이 아빠나 동이언니, 땡이 아저씨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그는 롤러코스터에 대한 사랑을 이와 접목시켜 현재 테마파크 스토리텔러로 일하고 있었다.
이날 롤러코스터 얘기를 하는 주인공의 얼굴에선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놀이기구를 즐기는 그의 모습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게 한다. 이를 통해 롤러코스터 덕후는 여전히 소년 같은 순수한 마음과 패기 넘치는 추진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것이야말로 그가 변함없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인 듯 했다. 덕질에 나이라는 경계는 무색할 뿐이란 사실을 증명한 롤러코스터 덕후 김혁씨. 그의 활기찬 덕질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라본다.
한편 ‘능력자들’은 취미와 즐길 거리가 사라져 삭막해진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능력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