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는 없었다. 중후반부터 묘하게 택(박보검)이로 흐르는 듯했던 분위기는 결국 덕선(혜리)과 택이의 키스로 종지부를 찍었다. 오랜 시간 이어졌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남편 찾기'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지난 15일 방송된 '응팔' 19회는 유독 최종회 같은 느낌이 짙었다. 덕선과 택이가 커플로 맺어짐은 물론, 선우(고경표)와 보라(류혜영), 정봉(안재홍)과 미옥(이민지)도 재결합했다. 여기에 성동일(성동일)의 명예퇴직, 라미란(라미란)의 폐경을 통해 쌍문동 다섯가족의 따뜻함까지 그려내며 흡사 '해피엔딩'을 그린 분위기다.
다만, 방송내내 꾸준히 일편단심 '덕선 바라기'로 그려지며, 중고등학교는 물론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제대로된 연애나 고백 한 번 제대로 못한 정환이가 결국 덕선과의 러브라인이 무너지면서, 짠내나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은 아직 최종회에서 풀어내야할 과제다.
그와는 별개로, 이번 '응답하라' 시리즈는 예측이 양갈래로 갈렸다는 점에서 분명 성공한 '낚시'였다. 쏟아지는 스포일러 홍수 속에서 여전히 19회가 공개되기 전까지 '어남류'가 '어남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이전 시리즈가 초반부터 윤윤제(서인국)나 쓰레기(정우)로 무게가 실렸던 것과는 다른 전개다.
'응사' 칠봉이(유연석)가 나정(고아라)과 맺어지길 원했던 팬들도 그들의 바람이었지, 쓰레기와의 해피엔딩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는 충분했던 바. 그런 점에서 택과 맺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응팔' 제작진이 그저 낚시를 위해 이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 아닐 터. 과거의 어느 특정한 시점, 모두가 공유했던 추억에서 나오는 공감, 첫사랑과 '응답' 특유의 '남편 찾기' 등의 코드들을 접목시킨 시리즈는, 결국 익숙함과 더불어 식상함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번 덕선과 택이의 결말을 통해서 그 동안 '응답하라'가 밟아왔던 남편의 전형성을 일부 깨뜨렸다는 점은, '응팔'이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를 냈다는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임에 분명하다. 때문에 차후 '응답하라' 네번째 시즌이 왔을 때, 결말 예측에 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낚인' 이들은 자못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예측 가능한 부분들만 있으면, 다음편이 궁금할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겠나. 다만, 이왕지사 이렇게 된 상황에 정환이 이 상태로 속을 알 수 없고, 결단력도 부족하고, 사랑까지 절친에게 양보할 줄 아는, 참 답답하고 애매한 캐릭터로 남지는 않게, 제작진의 충분한 배려가 20회에 담겼길 바랄 뿐이다. / gato@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