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강호동, 유연하게 내려놓음의 미학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1.22 16: 39

방송인 강호동이 지난 해 연말 새롭게 내놓은 프로그램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기분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일명 ‘근본 없는 예능’으로 불리는 JTBC ‘아는 형님’에서는 정말 ‘미친듯이’ 웃기고 있고, ‘마리와 나’에서는 40대 아저씨가 귀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재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과 SBS ‘스타킹’ 등 장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 해 연말 처음으로 비지상파 방송인 JTBC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를 통해 도전을 했던 그는 두 프로그램 모두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는 형님’은 강호동이 주축으로 남자 출연자들끼리 모여 시청자의 질문에 따라 그야말로 ‘아무거나’ 다 쏟아내는 예능. 말도 안 되는 여장을 하기도 하고, 한강에서 오리배를 타며 신문지에서 글자를 찾기도 한다. 어이 없는 상황극에서 어처구니 없지만 일단 웃긴 웃음을 만들기도 하고, 출연자들끼리 계속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특별한 형식은 없지만 한가지 명확한 것은 강호동이 당하는 일이 많다는 것.

옛날 사람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먹는 캐릭터를 민경훈에게 빼앗겼다며 투정을 부리다가도 괜한 자존심에 또 다시 대결을 하자고 떼를 쓰곤 한다. 강호동보다 어린 김영철, 서장훈, 이수근, 민경훈, 김희철 등은 형인 강호동을 놀리며 재미를 선사한다. 강호동은 언제나처럼 발끈하다가도 논리정연한 말솜씨를 가진 동생들에게 밀려 주눅이 들며 새로운 예능 캐릭터를 구축했다.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하는 ‘스타킹’이나 주종목인 운동을 하는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진행을 하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센 캐릭터가 약하게 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한없이 작지만 재밌는 존재감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안기고 있다. 진행방식이 촌스럽다는 동생들의 지적에 괜히 성을 내며 자신감이 없는 듯한 상황극을 만드는 것은 그가 유연하게 달라진 방송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러 강한 면모가 아닌 동생들에게 때론 당하기도 하며 예능적인 재미를 높이고 있는 것. 반려 동물과의 일상을 담는 ‘마리와 나’에서는 인간 강호동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아는 형님’과 마찬가지로 센 캐릭터를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다. 반려동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동물들과의 교감에 뛸 듯이 기뻐하는 아빠 강호동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언제나처럼 힘이 넘치고 건강미 있는 진행을 보여주는 것도 흥겹지만, 최근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좀 더 가볍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예능인 강호동의 생명력을 더욱 연장하는 비결이 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그리고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변화하는 예능 캐릭터는 그의 자연스러운 진행이라는 기본적인 재주에 매번 새로운 색깔을 덧입혀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상파를 벗어나 JTBC 예능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며 한결 움직임이 가벼워진 것도 이 같은 상승세의 이유가 된다. 좀 더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새롭게 꾸릴 수 있게 된 것이 캐릭터를 다양하게 쏟아내는 등의 운신의 폭을 넓혔기 때문. 강호동은 자신의 장기를 내세워 또 다른 JT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셰프 경연 프로그램인 ‘쿡가대표’ 진행을 맡을 예정. 또한 설날에는 KBS 2TV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 MC를 맡는다. 가볍게 치고 빠지는 프로그램부터 부담감을 덜고 출연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까지 섭렵한 강호동의 ‘내려놓음’이 좀 더 웃긴 예능인 강호동을 마주하게 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SM C&C 제공, '아는 형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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