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응팔' 혜리 남편 is 뭔들, 쌍문동은 성장했다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16 11: 12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과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간 접전에 종지부가 찍혔다. 3개월 간의 접전은 흡사 스포츠 경기처럼 치열했다. 시청자들은 각자 마음 속에 품었던 남편 후보들에게 축하 혹은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속 두 남자에게 사랑 받았던 덕선(혜리 분)의 성장에 대한 관심은 외려 적었다.
‘쌍문동 5인방’의 주축이자 홍일점인 덕선이 천둥벌거숭이에서 ‘숙녀’로 거듭나는 과정 역시 자세히 들여다 보기만 한다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처음 선우(고경표 분)를 좋아하게 된 덕선은 그야말로 격하게 ‘티를 냈었다’. 정환(류준열 분)과 있을 때는 티격태격하다가도 선우만 나타나면 갑자기 상냥해졌다.
그런 덕선이 첫 눈 오던 밤 실연의 상처에 펑펑 울고 나더니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아직까지 친구들의 말에 귀가 펄럭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덕선이 의식하게 된 것은 정환이었다. 이번에는 선우 때처럼 착각하기 싫었지만, 정환의 행동이 덕선을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용기’의 시간이었다. 용기를 내어 이문세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말했고, 소개팅을 해도 되냐고 물었으며, 분홍 남방을 선물했다. 덕선의 용기가 잔뜩 실린 한 걸음, 한 걸음이 정환을 향해 가고 있었다. 덕선은 그렇게 무작정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기만을 바라고 기다리던 자신을 조금씩 지워가며, 자라고 있었다.
택 앞에서는 무너질 줄 알았다. 스스로 ‘쌍문동 5인방’을 불알친구라고 칭했던 왈패 덕선이지만, 택 앞에서는 약한 모습도 눈물도 다 보여 줬다. 포개어진 어깨로 전달되는 온기에 위로받는 방법을 배워 가는 덕선의 모습이 대견했다.
따지고 보면 1년도 채 되지 못하는 짧은 시간 동안 덕선은 세 명의 소꿉친구에게 마음을 줬다. 첫사랑 선우는 친언니 보라(류혜영 분)을 좋아했고, 정환(류준열 분)은 당길 듯 말 듯한 관계에서 멈췄다. 남자 보다는 남동생에 가까웠던 택(박보검 분)이 복병으로 떠올랐으나, 이 역시도 뜨뜻미지근하게 끝나 버렸다. 하지만 덕선은 첫사랑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마음들이 왜 끊어져야 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남택’과 ‘어남류’를 결정하는 것은 애초 덕선의 몫이었는데도 말이다.
오랜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해 사랑을 포기하려 한 정환과 택(박보검 분)의 이야기도 아련하지만, 적어도 마음을 주고 받았다고 생각하던 두 남자와 멀어지게 된 덕선의 심정도 헤아려야 하는 이유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한 남자에게 간 덕선은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이기적인 인물도 아니었다. 드라마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덕선은 사랑을 통해 충분히 성장해 가고 있었다.
‘응팔’에 출연을 확정한 뒤 숱한 악플에 시달려야 했던 덕선 역의 혜리는 모든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고 단숨에 ‘호감 캐릭터’에 등극했다. 스무 편이 넘는 CF 섭외가 들어왔다니 하루 아침에 광고계 블루칩이 된 자신에 혜리가 놀라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결국 덕선도, 혜리도 ‘응팔’을 만나 자랐다. ‘응팔’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히로인 덕선에게도 수고했다며 박수를 쳐 주고 싶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응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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