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6살 소녀다. 가수의 꿈을 품고 13세의 나이에 한국으로 건너 와 3년간 눈 돌릴 틈도 없이 연습에만 매진했다. 낯선 한국어를 힘들게 배워가면서. 그런 쯔위다. 자신의 국적을 대만으로 소개했다고, 전파도 타지 않은 방송 분량에서 제작진이 준비해 둔 청천백일기를 잠깐 들고 있었다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문제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세력이 쯔위를 마치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대만의 유관순’으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대만 내에서도 정치적으로 중국과 양안통일을 주장하는 세력(국민당)과 중국과 관계없는 독립된 국가로서의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민주진보당)이 갈린다. 더욱이 대만은 오늘(16일)을 총선은 진행하는 터라 이 같은 논란이 더욱 크게 번진 상황이다.
현재 대만 민주진보당은 ‘대만 독립’을 외치고 있고, 국민당은 ‘중국과 대만은 하나’라는 의미의 '하나의 중국론'을 앞세우고 있다. 두 세력의 정치적 대립이 수십 년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인 출신인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자 민진당이 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만의 국민당과 중국인들이 엄청난 반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쯔위를 대만의 독립을 외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가수로 취급,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아직 되찾지 못한 한 지역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1971년 UN에서 축출되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게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우리의 경우 중국과의 국교를 수교하면서 중화민국(대만)과는 단교하고 있기에 대만을 온전한 국가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지의 분위기는 쯔위를 향한 일부 부정 여론이 형성된 수준이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보이콧부터 시작해 반 한류의 분위기까지 일고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 교류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커질 수도 있다는 것. 현재 외교부에서도 민간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국가 간의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쯔위는 자신 때문에 일어난 논란으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물론 다른 팀들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어하고 미안해하고 있다는 전언.
상황이 이렇다보니 JYP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까지 나서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쯔위 역시 영상을 통해 “중국은 하나 밖에 없으며, 해협양안(항상 대륙과 대만을 표시하는 어휘)이 하나며, 난 내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고 여긴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럼에도 아직 중국의 들끓는 여론은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 오해가 풀리길 바란다. 아무 것도 모르고 꿈을 향해 달려가던 16세 소녀가 정치적 프레임에 희생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아픈 일이다.
한편 쯔위는 지난해 11월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생중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는데, 대만의 한 매체가 이를 캡처해 ‘쯔위는 애국자’라는 내용의 보도를 했고, 이후 대만출신의 중국 작곡가 황안이 이 같은 상황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쯔위를 향한 중국 내 비난 여론이 무섭게 들끓어 오르면서 결국 트와이스는 모든 중국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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