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의 말도 안 되는 우주 특집 방송 말미에 진짜 우주 여행 특집을 예고하며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확 끌어올렸다. B급 개그가 난무했던 우주 상황극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아쉬운 시선이 가득했던 이날 방송 말미에 공개된 러시아 우주 훈련 센터 예고는 시청자와의 밀고 당기기에 천재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김태호 PD의 얄미운 재능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경기도 화성에서 우주 여행을 한다는 상황극이 펼쳐졌다. 멤버들은 가짜 우주복을 입고 장난감 같은 우주 세트에서 트램플린을 타며 무중력 훈련을 받았다. 진짜 무중력 훈련도 아니었고, 멤버들이 시종일관 진지하게 우주 화성인 것처럼 행동하며 만든 상황극이었다.
이 상황극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구성이었다. B급 개그가 난무해 재밌다는 반응도, 어디서 웃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다만 이 프로그램 방송 초기 어이 없는 웃음 상황극을 만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초창기의 어설펐던 ‘무한도전’의 향기가 나서 반가웠던 구성이었다.
특히 방송 말미 김태호 PD가 터뜨린 대형 폭탄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무한도전’은 지난 해 10주년을 맞아 우주 여행 특집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해 3월 발표한 5대 기획 중 하나였는데, 유일하게 진척 상황이 공개되지 않았고, 미국 항공우주국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무산되는 것으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허나 김태호 PD는 상반기에 러시아 우주 훈련 센터에 멤버들이 훈련을 받으러 떠난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깜짝 선물을 안겼다. 특히 예고에는 ‘무한도전’ 멤버들 중 1명이 소형 우주선을 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야말로 실제 우주 여행에 도전하는 것. 장난스러운, 말도 안 되는 우주 특집 방송 말미에 공개된 이 같은 반전은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했다.
예능프로그램 최초로 진짜 우주 여행에 도전하는 ‘무한도전’. 거대한 기획인만큼 멤버들의 험난한 도전기가 예상되고,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 초반에 이 어처구니 없지만 웃겼던 녹화를 하기 전에 공개한 것도 아니었던 진짜 우주 여행 특집 고지 시점은 참 탁월했다.
“다음 우주여행 특집은....”이라는 김태호 PD의 말에 많은 시청자들이 이 우주여행 상황극을 또 만날 것이라는 실망 혹은 기대를 하게 했으니깐 말이다. 물론 진짜 우주여행이라는 카드가 공개되는 순간 기쁨이 더했던 것은 마지막에 진짜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숨겼다가 깜짝 공개하는 식의 방법으로 밀고 당기기의 천재 기질을 여러차례 보여왔던 김태호 PD와 ‘무한도전’ 제작진의 시청자 뒤통수 치기가 또 다시 통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