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최고의 방송인이 된 김병만은 종종 자신이 개그맨 시험에서 무려 8번을 낙방했다는 사실을 털어 놓곤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기만성형이기는 했지만, ‘달인’ 캐릭터와 SBS ‘정글의 법칙’을 살려낸 장본인이 김병만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가 SBS ‘토요일이 좋다 - 주먹 쥐고 소림사’(이하 소림사)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김병만이 또 한 번 맞춤 방송을 찾았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뤘다. 그러나 그는 ‘소림사’에서 다시 한 번 8전9기 사연을 꺼냈다. 그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김병만은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소림사’에서 무술 훈련을 마친 뒤 최종 테스트에 임했다. 그가 사부에게 전수받은 것은 원숭이 봉술이었다. 작고 재빠른 원숭이 캐릭터가 김병만과 꼭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그는 여전히 몸 쓰는 일을 잘 해냈다. 원숭이에 빙의한 듯한 김병만의 몸짓은 웃음 이전에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연습 때와 너무 달라진 최종 테스트 환경에 그도 실수를 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김병만이 봉에서 미끄러졌다. 사부의 적극 변호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김병만은 실수한 적이 없었다는 듯 완벽히 봉술을 소화했다.
그는 최종 테스트를 마친 뒤 “제가 개그맨 시험에 8번 떨어졌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열심히 콩트를 짜지만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면 다르다”며 “인생도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무대에서 실전을 치르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하는 그였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성숙함도 함께였다.
2002년 데뷔 이후 첫 ‘연예대상’의 주인이 되기까지, 숱하게 넘어지고 미끄러졌을 김병만이었다. 처음에는 그도 실수의 순간마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많이 원망했을 터다. 그러나 적어도 ‘소림사’에서의 김병만은 그렇지 않았다. 아쉬움이 있더라도 그것까지 품고 앞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다는 듯 웃는 김병만의 모습이 소림사의 삶과도 비슷했다.
수련 과정을 거친 ‘소림사’ 전 멤버들이 최종 테스트 이후 “아쉬웠지만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던 것과도 같다. 여덟 번을 넘어지면, 아홉 번 일어나면 그만인 일이다. 어떤 실수가 있더라도 넉넉한 덕담과 칭찬을 건네던 소림사 큰 사부가 이를 방증한다.
김병만에게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도 위로를 위한 공치사가 아닐 터다. 웃음을 넘어 용기를 주는 방송인, 김병만을 오래 보고 싶은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소림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