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원래, 원조 '음색 깡패'였다.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청중을 사로잡는 방법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편곡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수 박상민은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의 목소리 만으로, 진심을 담은 노래 만으로 청중을 울렸고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박상민은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 오승근&조항조 편에서 가수 김바다, 디셈버, 호란, 스테파니, 울랄라세션, 퍼펄즈 등 후배 가수들과 경연을 펼친 끝에 최종우승을 거뒀다.
이날 박상민이 택한 곡은 조항조의 '거짓말'이었다. 앞서 스테파니가 '떠나는 임아'를 부르며 故김자옥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퍼포먼스로 객석을 한바탕 눈물 바다에 빠트린 상황. 비슷하게 슬픈 노래를 준비한 박상민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순서였다. 그러나 박상민은 "박상민 하면 감성이다. 감성으로 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상민의 이번 '불후의 명곡' 출연은 실제 절친한 오승근, 조항조를 위한 무대에 서고 싶었던 그의 자의적인 선택이었다. 그는 "평소에는 '불후의 명곡'에서 섭외가 오는데 오늘은 두 형님 때문에 하고 싶어서 했다"며 "이별에 관한 남자의 마음으로 울려보자. 진짜 슬픔이 뭔지 보여주고 싶다. 박상민 만의 감정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선보인 무대는 예고대로였다. 피아노와 스트링 등 기본적인 악기의 선율이 깔리고 조용히 시작된 노래를 시간이 갈수록 고조됐다. 쏟아지는 듯한 감정과 특별한 음색은 듣는 이들을 몰입하게 했고, 노래가 끝난 후에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조항조는 기립을 하고 박수를 칠 정도.
후배들 역시 그의 노래에 감동을 표했다. 호란은 "내가 가진 목소리, 감정만 가지고 표현하겠다는 의도의 편곡이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그만한 확신, 그만한 내공 실제로 구현하는 무대까지 소름 돋았다"고 평했다. 결국 박상민은 432점을 받아 최종우승을 거뒀다. 스테파니와 울랄라세션까지 두 팀을 제친 결과였다.
박상민의 무대는 '불후의 명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편곡과 혼신을 다한 노래가 빚어낸 '명품'이었다. 노래 만으로 '음색 깡패'의 클래스를 보여준 그가 앞으로 보여줄 활약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ujenej@osen.co.kr
[사진] '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