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동상이몽’,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17 06: 58

 살을 맞대고 사는 가족 간에도 취향 존중은 보통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들이 레고 조립에 미쳤다며 고민을 들고 나온 어머니가 알고 보니 강아지 ‘덕후’였으니 말이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서는 고3 아들이 레고 조립에 빠져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공개됐다. 여느 고3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식이 학업에 소홀하다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상황은 어머니의 묘사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대신 레고 조립에 몰두한 아들은 창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레고 작품들을 만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박또박 자신의 관심 분야와 미래에 대해 말하는 아들에게 보는 이들까지 감화됐다.

반전은 어머니에게 있었다. 아들의 사연이 공개되는 내내 “그래봤자 레고는 내게 장난감”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논리로 일관하던 어머니는 강아지를 딸처럼 생각하는 강아지 ‘덕후’였다. 그야말로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린 취향이었다.
남편과 아들의 옷은 사 주지 않을 지언정 강아지에게는 자신의 진주목걸이까지 걸어 줄 만큼 애정을 쏟고 있었다. 출연진이 입을 모아 “모자가 무언가에 몰두하는 성격이 똑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동상이몽’에는 이처럼 꼭 닮은 모자가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답답하지만 한 번쯤은 겪어 본 적 있는 문제일 터다.
취향 존중이라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일 줄이야. 특정 취미에 골몰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쌍수 들고 공감을 표할 사연이었다. 뻔한 이야기일지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 만큼 취향의 수가 많다는 사실은 매번 간과된다. 타인의 취향을 받아들일 때 이해보다는 인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동상이몽’은 이 모자의 사연을 통해 취향 존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극적 화해에 도달한 어머니와 아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인정했길 바라며, 이 같은 인정이 이해로도 이어지길 염원해 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팬이거나 무언가의 마니아이기 때문에. /bestsurplus@osen.co.kr
[사진] ‘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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