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쳐도 안 떠나"…신원호의 뚝심[아듀 '응팔'③]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1.17 06: 57

신원호 PD가 이우정 작가와 3번째로 호흡해 만들어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를 또 한 번 성공으로 일궈냈다. 단순한 성공이 아닌 지난 시즌들을 한참 웃도는 관심과 호응, 케이블 최고 시청률 경신이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도 받아들었다.
'응팔'이 시작하기 전, 우려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비슷한 포맷으로 반복된 세 번째의 '응답' 시리즈가 과연 이번에도 성공할까, 나아가 스타들이 재차 배출될까에도 관심이 쏠렸다. 특히 신원호 PD는 재치있거나, 뚝심 좋게 내뱉은 자신의 발언들을 어떤 식으로든 회수됐다. "박수칠 때 떠나지 않겠다"는 그의 뚝심은 확실하게 돋보였다.
◆"이번엔 무조건 망해"

신원호 PD는 "'응답' 시리즈는 원래 망할 때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세 번째가 잘 될리가 있나? '박수칠 때 떠나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것도 봤다. 우리도 잘 안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경험상으로 망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첫 방송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자, 두고두고 회자됐다.
망할 거라고 자신했던 '응팔'은 시청률이 오르고 또 오르더니, 전작 '응사' 최고치는 물론이거니와, 앞서 Mnet '슈퍼스타K2'가 무려 5년여 동안 보유하고 있던 케이블 역대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하며, 케이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연기? 잘 모른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모두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 출신이다. tvN으로 옮겨 어찌저찌 '응답하라 1997'로 첫 포문을 열고 '응답하라 1994'로 두 번째 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드라마'라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품고 있는 상태.
신원호 PD는 "연기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노선은, 저희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에 꼭 맞는 사람을 캐스팅하자다. 정은지도, 고아라도, 그 전에 필모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실제 모습과 작품 속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캐스팅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전했다.
결과는? 여지없이 대성공. 출연 배우들은 앞서 출연한 전작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냥 1988년 쌍문동 골목길 주민으로 재탄생했다. 성동일-이일화 부부는 물론 김성균-라미란, 최무성, 김선영, 유재명, 그리고 류혜영, 혜리,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 안재홍, 이동휘, 최성원 등 도저히 연기 구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혜리 연기에 만족"
시작 전 '자신없음'을 콘셉트로 한듯한 이야기들이 줄을 이었지만, 신원호 PD가 유일하게 확신했던 것은 바로 여주인공 혜리였다. 걸스데이라는 걸그룹의 멤버로, 앞서 출연작에서 이렇다할 연기력을 입증하지 못한 혜리를 둘러싼 불신을 뚫기 위한, 일종의 임기응변쯤으로 추측되기도 했다.
신원호 PD는 "혜리를 직접 만나본 분들은 다 알겠지만 굉장히 사랑을 참 많이 받고 자랐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친구다. 현재로서는 혜리의 연기가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저는 주관적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장의 스태프, 선배 배우들이 혜리에 대해 굉장히 칭찬하고 만족스러워 한다"고 '덕선=혜리'임을 강조하며 일부 우려를 일축시켰다.
혜리는 '응팔'을 만나, 확실한 연기자로 거듭난 분위기. 초반이 지날 무렵부터는 오히려 '혜리의 연기력'에 대해 굳이 끄집어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혜리는 마지막까지 '연기력 논란'과는 담을 쌓았다.
◆"'남편 찾기' 들어간다. 큰 기둥."
'한지붕 세가족', '가족이 중심'이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결국 로맨스는 결코 빼낼 수 없는 소재라는 것에 대해 신원호 PD도 인정했다. '남편 찾기'를 주축으로 한 로맨스, 첫사랑 코드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신원호 PD는 "다들 남편 찾기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로맨스가 없을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나간 시절이라는 코드와 첫사랑은 떼어놓을 수 없는 코드다. 저나 이우정 작가가 좋아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들어간다. '남편 찾기' 한다. 20회 각각의 회차가 기승전결을 갖춘 구조지만, 큰 기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해피엔딩"이라 설명했다.
또 '남편 찾기'였지만, 모두가 주목했고, 또 흔들렸다. 물론 한 집에 사는 '츤데레' 남자가 남편이었던 전작들의 전형적인 틀을 깨뜨렸던 게 주효했다. 마지막까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이 격돌했고, '어남동'(어쩌면 남편은 동룡) 등의 색다른 시선도 등장했다. 다만, 무게중심이 2개로 갈리면서, 제대로 회수되지 않은 복선이나, 개연성, 감정선 등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잇따랐다.
어쨌든 신원호 PD는 박수를 받으면서 또 돌아와 '응팔'을 보기좋게 성공시켰다. "망할 때까지 하겠다"는 신 PD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또 다시 '응답하라'의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3번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더욱 탄탄해진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내공이, 기대를 또 한 단계 넘어서는 작품으로 우리의 추억 한자락을 소환해주길 기대해 보자.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