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이 국보급 생색왕으로 등극했다. 스스로의 노고를 쑥스러워하거나 망설이는 기색 하나 없이 치하하고, 이로 인해 생긴 작은 상처를 모두의 앞에서 공개하는 그의 모습에선 농구 코트 위를 누비며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는 ‘17대 1’을 주제로 진행된 가운데, 아는 형님판 6:1 대결이 그려졌다.
이날 첫 주자로 나선 건 바로 강호동. 그는 자신 있는 종목으로 ‘오른쪽 허벅지 축구공 리프팅’을 제시했고, 세 번째 선수로 지목된 서장훈이 모두의 앞에 나섰다. 축구공을 손에 든 그는 “예전에는 좀 찼던 것 같은데 농구공 안 만진지도 3년이 됐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고, 시뮬레이션을 해도 좋다는 강호동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리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진 그답게 서장훈의 도전엔 모두의 주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그의 리프팅은 시작부터 불안했고, 결국 그는 제작진 앞쪽으로 향하는 공을 살리려다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몸 개그 후 장렬히 전사한 그의 리프팅 기록은 총 5개. 현재 도전자 중에선 최고 기록이었지만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가 넘어졌던 곳은 공교롭게도 국장님의 바로 앞이었다. 이에 김영철은 “국장님 다칠 뻔 했다”라며 서장훈을 타박했고, 이를 들은 서장훈은 “여러분은 걱정을 안 하셔도 되는 게 국장님은 아무 문제가 없다”라며 변명을 시작했다. 그 이유인즉슨 자신이 농구선수였던 시절에도 공이 만약 객석으로 향할 경우 공을 살리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관중을 피해 그들을 보호해왔다는 것. 서장훈은 “지금도 여기서 찼지만 기가 막히게 무릎을 희생하면서 넘어진 거 아니냐. 절대 그런 일 없다”라고 자부했고, 이를 인정한 강호동은 그에게 포토제닉상을 수여했다.
서장훈의 생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그래도 내가 운동선수였다고 이걸 운동신경으로 마지막까지 막아냈다”라며 자랑스러운 듯 말을 이어갔고, 김희철은 이런 그의 모습에 “참 생색 많이 내”라고 돌직구를 날려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서장훈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려 살짝 까진 상처를 보여줬고, 결국 투혼상까지 수상한 그는 “이 정도는 뭐”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짧은 경기 하나로 이름도 거창한 상을 두 개나 받은 서장훈이었지만 시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본 이들은 모두 내심 그에게 어울리는 상의 이름은 ‘생색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생색에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서장훈이 가진 매력.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는 그의 국보급 생색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한편 '아는 형님'은 인생을 살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사소하지만 궁금해 견딜 수 없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출연진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답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 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아는 형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