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엄마에겐 그래도 여전히 가족 걱정이 1순위였다. 혼자 남을 남편과 자신 때문에 힘들어할 자식들을 차마 볼 수 없어 투병 사실조차 숨기려하는 엄마. 평생을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 살아 온 엄마에겐 그것이 너무나 당연했고, 그런 엄마의 모습은 더욱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에서는 산옥(고두심 분)의 시한부 사실을 알게 된 훈재(이상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산옥은 동출(김갑수 분)에게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나왔다. 이에 집안은 발칵 뒤집혔고, 형순(최태준 분)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본가에 모여 그를 걱정했다. 그러던 중 혜주(손여은 분)에게 산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자신이 날짜 계산을 잘못해 하필이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이런 일이 생기게 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산옥의 안부를 알게 된 가족들은 잠시 시름을 덜게 됐지만 그 와중에도 산옥을 찾기 위해 가장 재빠르게 움직인 건 다름 아닌 훈재였다.
지방에 있는 친구 집에서 묵고 있다고 전했던 산옥의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아챈 훈재는 결국 산옥과의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훈재와 마주한 산옥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이내 산옥에겐 통증이 찾아왔고, 이를 숨기기 위해 그는 급하게 약을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런 산옥의 모습을 훈재가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게다가 그의 마음 한편에는 이미 신혼 방에서 발견했던 약봉지와 병원에서 마주쳤던 산옥이 어색하게 변명을 둘러댔던 모습이 어딘가 찜찜하게 남아 있던 터. 이에 훈재는 산옥의 가방을 확인했고, 앞서 발견했던 것과 동일한 약봉지와 진료 영수증을 보게 됐다.
이로써 훈재는 산옥이 숨기고 있는 병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예감했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진료를 받으러 간 산옥의 앞에 나타났다. 놀란 산옥에게 훈재는 “아까 와서 여쭤보니까 어머니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하셔서요. 저 알고 싶어요. 많이 아프신 거죠. 알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어머니”라고 애원했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훈재는 그동안 혼자 아픔을 감당해야 했던 산옥을 생각하며 힘들어했고, 되려 산옥은 놀란 그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이어 산옥은 이 일을 가족에게 알리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훈재는 그럴 순 없다며 거절했지만 산옥은 “진애가 이 일을 안다고 생각해 봐. 어떻게 되겠어. 형규 아버지는, 형규는, 우리 막내는. 나 그 꼴 못 봐. 나를 정말 위한다면 내 부탁 들어줘. 강 서방, 나 좋아하잖아. 내 마음 아픈 거 싫잖아. 내 부탁 들어줘”라며 오열했고, 훈재는 이런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함께 눈물을 흘렸다.
통증이 심해지고, 점차 죽음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산옥은 자신의 아픔보다 가족들이 겪어야 할 아픔을 먼저 생각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마저도 이런 산옥의 모습은 아마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단 한 번도 가족을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은 적 없는 엄마, 그리고 엄마의 인생. 무조건적인 사랑과 대가없는 희생을 모두 감내하고 살아 온 엄마라는 존재는 이렇게나 위대하고 또 위대했다.
한편 '부탁해요, 엄마'는 세상에 다시없는 앙숙 모녀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 애증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