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개.정.팔!'. '동룡아 내 목소리 들리니?'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지난 16일 방송을 끝으로 약 3개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깊은 여운과 동시에 아쉬운 목소리도 크다. '응팔'은 러브라인, 즉 '누가 남편이 되나'의 문제보다도 그 때 그 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친구들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였던 만큼 마지막에 정환(류준열)이나 동룡(이동휘)에 대한 팬서비스 차원 정도의 이야기만 있었어도 어땠을까 하는 의견이 많은 것. 정봉(안재홍)의 현재 '집밥 봉선생'의 근황이 단비처럼 기쁜 소식인 것처럼 말이다.
현재의 모습이 공개되지 않은 정환과 동룡은 팬들이 '증발'이란 표현을 쓰면서 속상함을 내비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여자주인공 덕선(혜리)을 둘러싼 러브라인의 주축이었던 주인공 정환의 비중 약화는 이유있는 선택이었을지도 몰라도, 약간은 어리둥절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정환은 극의 초반을 이끌어 간 남자주인공이자 덕선에 대한 세밀한 감정선을 제대로 전달하며 보는 이들을 가슴 저미게 했다. 중간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 온 택(박보검)과 정환이 팽팽한 대결을 펼칠 수 있었던 것에도 이런 정환의 감정선에 대한 팬들의 이해도가 컸기 때문이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4'에서는 그래도 마지막에 사랑을 잃은 칠봉(유연석)에게 제작진이 새로운 여성을 선사했는데 정환은 그야말로 택에게 덕선을 양보하면서 극의 스토리에서 '깨끗하게' 물러났다. 많은 복선으로 '어남류'를 예측했던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위로(?)의 순간도 없었다.
그래도 18회에서 정환이가 보여준 오랜 짝사랑을 장난 반 진담 반 고백으로 날려버리는 상황은 회심의 장면인 것이 분명했다. '그 때 그 시절 나는 오직 너였음을' 간절하게 보여준 정환의 고백은 류준열을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녀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내고 이를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정환. 이후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근의 공식은 몰라도 인생의 해답은 알았던 동룡은 이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캐릭터였다. 동룡이가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는 여유를 찾았고 기쁘게 웃었다. 쌍문동 멤버들의 휴식같은 친구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멘토였던 그다. 그렇기에 동룡 역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기 충분하다.
동룡은 공부에는 관심이 없으나 춤과 노래를 사랑하는, 그리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주체할 수 없는 끼를 가진 인물. '엄친아' 수재 친구들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지만 열등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외치기에. 그렇기에 동룡이는 어찌보면 가장 비현실적이자 사람들이 꿈꾸는 캐릭터일 수도 있었다.
친구들이 사소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질 때마다 속시원한 해결책을 들려줬던 동룡이가 사랑을 어려워하는 덕선이에게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한 말은, 그 만큼 울림이 컸다. 누가 나를 좋아하느냐가 아닌 자기의 마음이 누군가를 향해있는가를 스스로 살피는 것.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을 뜻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이런 덕선의 성장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옆에는 덕선의 '영혼의 친구' 동룡이 있었다.
이런 동룡이었기에 그가 2015년에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좋아하는 여자는 만났는지, 만났다면 어떤 여자일지, 그리고 엄마와의 사이는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마지막까지 선우와 보라의 결혼식에서 맛깔나는 사회 실력을 보여줬던 그다. 덕선이의 영혼의 친구를 넘어 도롱뇽 자체로서의 매력은 외전을 갖기 충분해 보인다.
마지막회는 덕선과 택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아냄으로써 집중도를 높인 것은 맞으나, 어남류였던 어남택이었던 '응팔' 주인공들을 사랑했던 애청자들게는 쌍문동 아이들 모든 캐릭터가 소중하다. 그렇기에 이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에 아직도 목이 마르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 시간적인 한계 때문인 것도 클 터. 주인공들의 외전같은 스페셜 방송 격의 드라마를 기대해보는 것은 너무 욕심일까. 파일럿이 된 정환이는 어떻게 됐을까. 동룡이는 사랑을 찾았을까. / nyc@osen.co.kr
[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