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16일 종영했다.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쌍문동 식구들은 안방을 떠났지만 아직도 여운은 진하게 남아 있다. 남자 주인공이 딸이 돼 버린 '역대급 결말'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종영을 앞두고 덕선(혜리 분)의 감정선이 급격히 드러났다. 그의 사랑은 장난식으로 고백했던 정환(류준열 분)이 아닌 꿈결의 키스를 나눴던 택(박보검 분)이었던 것. 그렇게 정환의 첫사랑은 6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극 초반부터 '어남류(어짜피 남편은 류준열' 분위기가 컸던 까닭에 팬들의 허탈감은 두 배였다. 하지만 문제는 덕선과 택이 이어졌다는 배신감보다 정환을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츤데레' 매력을 발산하며 남자 주인공으로 톡톡히 임무를 다했던 정환은 종영 직전 갑자기 '둘째 딸'로 전락했다. 엄마 라미란(라미란 분)이 갱년기를 겪는 에피소드에 집중하며 매력을 잃어갔다.
'응팔'은 그동안 덕선-택-정환의 러브라인에만 집중하지 않고 쌍문동 골목길 가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며 안방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는데 갑자기 둘째 딸이 돼 버린 정환을 보며 시청자들은 멍해졌다.
감동은 충분했다. 그동안 무뚝뚝한 둘째 아들에 섭섭했던 라미란은 남편 김성균(김성균 분)과 리마인드 결혼식을 정환이 준비했다는 사실에 "갱년기가 싹 다 날아갔다"며 기뻐했다.
시청자들 역시 흐뭇했지만 남자 주인공의 실종에 허탈감을 숨길 수 없었다. 제대로 좋아하지도, 제대로 연애하지도, 제대로 고백하지도 못한 남자 주인공이라니.
정환을 향한 시청자들의 동정은 종영 후에도 더 커지고 있다. 정환을 연기한 류준열은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불쌍한 남자 주인공의 대명사로 남게 됐다. /comet568@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