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영이 ‘인생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쌍문동 태티서의 막내로 웃음을 주기도 했고, 친정엄마와의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또한 시어머니로부터 모진 구박을 받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함께 분노하게 했으며, 최무성과의 중년 로맨스로 설렘을 전하기도 했다.
‘응팔’에서 김선영은 선우(고경표 분)와 진주(김설 분)를 홀로 키운 쌍문동 골목 아줌마 3인방 중 막내인 선영 역을 연기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선영과 같은 역할이 그저 드라마의 감초로만 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 선영 역시 ‘선우 엄마’이면서도 누군가의 여자,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고, 가족드라마답게 폭넓은 공감대를 샀다.
특히 친정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다룬 5화는 계속해서 기억에 남을 명품 에피소드로 꼽힌다. 친정 엄마가 갑작스레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선영은 자신이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웃집에서 쌀, 연탄, 화장품 등을 빌려다 채워놓았다. 진주도 씻기고 자신도 멋들어진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친정 엄마의 걱정을 사기 싫었던 딸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엄마는 자식에 관한 것은 모르는 게 없다고 했던가. 빨랫줄에 널려있는 구멍 난 양말, 러닝셔츠를 본 친정 엄마는 화장실에 몰래 돈과 편지를 넣어놓고 내색 없이 집을 나섰다. 친정 엄마와 통화하며 “엄마”라고 오열하는 선영의 모습은 딸들의 공감을 사며 눈물을 쏟게 한 명장면이 됐다.
이는 앞서 시어머니로부터 “남편 잡아먹는 년”이라는 핍박, 시댁을 위해서라면 집도 경매에 넘어가야 하는 등 희생을 강요당해야 했던 현실과 비교되면서 시청자들을 더욱 눈물짓게 했다.
동시에 선영과 무성(최무성 분)의 중년 로맨스는 젊은이들의 사랑만큼이나 설렘을 자아냈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무성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급진전됐다. 고향 오빠 동생 사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선영은 아픈 무성을 살뜰하게 보살폈다. 특히 무성이 선영을 향해 선우엄마가 아닌 “선영아”라고 이름을 불렀던 장면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쿵 떨어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김선영은 딸이자, 며느리, 엄마, 여자로 1988년을 이야기했고 ‘응팔’의 희노애락을 책임졌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