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 막을 내렸다. 이는 더 이상 박보검이 바둑 두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박보검을 좋아하는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바둑을 두는 건 마치 남자들이 자동차 폭풍 후진을 하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바둑 두는 박보검은 ‘섹시’했다.
박보검은 지난 16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천재 바둑기사 최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최택 캐릭터는 바둑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남자다.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해서 반찬도 제대로 집어먹지 못하고 신발 끈도 못 묶고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밥도 안 먹는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하다.
때문에 친구들 덕선(혜리 분), 동룡(이동휘 분), 선우(고경표 분), 정환(류준열 분)이 택이의 엄마, 아빠 노릇을 해야 했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갈 때도 택이의 길을 잃어버릴까봐 기원까지 데리러 가는가 하면 동룡이는 택이의 밥그릇에 반찬을 덜어주고 정환은 운동화 끈을 묶어주는 등 평소 택이는 친구들이 없으면 큰일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가장 완벽할 때가 있었으니. 그건 바둑을 할 때였다. 집에서는 트레이닝바지에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조용히 바둑을 두지만 시합만 시작하면 그의 눈빛부터 달라졌다. 시합하러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택이의 모습은 쌍문동 골목에서 보던 택이와 완전히 달랐다.
눈빛에는 카리스마와 엄청난 에너지가 담겨 있고 시합하는 그의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이 반할 수밖에 없었다. 안경을 쓰고 바둑에 집중하는 모습이 여심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모성애를 자극하면서 기대고 싶게 만드는 듬직함,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섹시함. 박보검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이뿐 아니라 좋아하는 여자도 없을 것 같던 택이가 친구들 앞에서 덕선을 여자로 좋아한다고 하질 않나, 데이트 신청을 하질 않나, 그리고 거기다 박력 있게 키스까지 이런 상남자가 따로 없었다.
‘밀크남’과 ‘상남자’를 오가는 박보검은 ‘출구 없는 입구’였다. 이는 그의 탄탄한 연기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비주얼도 그의 인기에 한 몫 했겠지만, 박보검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게 건드리며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앞서 ‘너를 기억해’, ‘내일도 칸타빌레’ 등을 통해 인정 받은 연기력에 박보검 특유의 눈빛 연기가 더해지면서 ‘응팔’에서 그의 포텐이 터진 듯하다.
‘최택이 박보검이고 박보검이 최택이다’, ‘최택이 인생 캐릭터다’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박보검은 최택을 묵직하게 이끌어가면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바둑 두는 최택도 섹시하게 만든 박보검. 앞으로 바둑 두는 그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kangsj@osen.co.kr
[사진] tvN ‘응팔’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