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 호날두였다면, 김성주는 베컴이었다. 발만 갖다 대면 골로 연결할 수 있는 ‘택배 크로스’로 볼을 배급, 기가 막힌 어시스트를 선보였고, 안정환은 특유의 감각을 자랑하며 ‘땡큐골’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냉정한 ‘마리텔’ 리그에서 신성으로 떠올랐다.
늘 주목은 쐐기를 박는 스트라이커가 받기 마련. 구수한 입담을 선보인 안정환의 활약이 눈부셨지만, 그 뒤에는 김성주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있었다. 소재를 던지고 적재적소에서 이야기를 꺼내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했다. 안정환의 움직임을 유도하며 주고받는 이대일 패스 돌파도 꽤나 인상적. 평소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두 사람이 누빈 그라운드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지난 9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전파를 탄 이 방송에서 안정환과 김성주는 펄펄 날았다. 결과는 압승. 전반전과 후반전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첫 출전에 타이틀을 따냈다.
콤비플레이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은 축구를 주제로 꾸려갔다. 안정환과 김성주는 MBC 축구 캐스터와 해설위원으로 호홉을 맞추는 중. ‘일밤-아빠 어디가’에 함께 출연했고 월드컵 등 국가대표 경기를 함께 중계하며 탄탄하게 친분을 쌓아온 바다. 이에 이들의 입담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강력했다.
안정환의 구수하면서도 친근한 입담과 옆에서 안정환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김성주의 진행이 탁월했다.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네티즌의 농담을 그때그때 꺼내가며 소통을 했고, 안정환을 향한 독설 혹은 농담을 고스란히 전하며 재밌는 상황을 만들었다. 네티즌의 지적에 안정환이 발끈하고, 김성주가 깐족거리면서 만들어지는 웃음이 배꼽을 잡게 했다.
안정환은 김성주의 어시스트를 이어받는 족족 웃음폭탄을 터뜨리며 골로 연결시켰다. 축구에 대한 지식, 다양한 에피소드, 동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해트트릭을 한 것. 거침이 없었다. 선수 시절 겪은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배꼽 잡게 하고, 함께 뛴 동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과감하게 공개해 호응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기회를 캐치해 안정환에게 던져주는 김성주의 능력이 빛났다.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쌓아온 순발력,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핵심을 짚어내고 웃음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는 능력을 길러냈다. 특히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약점 혹은 재밌는 굴욕의 순간을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진행이 김성주의 장점. 이 같은 특징은 친근한 관계일수록 웃음 강도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안정환과의 호흡이 좋아 매번 큰 웃음을 형성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비속어 개그’로 큰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두 사람은 욕설 등 비속어로 들릴 수 있는 외국 선수들의 이름을 쏟아내며 비속어 중계를 했고,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방송 후 분위기가 좋아 두 사람의 콤비플레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joonamana@osen.co.kr
[사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