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세번째 시리즈는 잘 될리 없다? 달랐을 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6.01.17 14: 15

tvN ‘응답하라 1988’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첫 방송 전 기자간담회에서 “세 번째 시리즈는 잘 될 리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다시금 전편만한 속편은 깨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달랐을 뿐이다.
16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은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마지막회까지 큰 화제를 모았는데, 그 만큼 결말에 대한 반응 역시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주제, 남편찾기, 스토리 패턴 등이 이전 시리즈와는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가장 큰 것은 '가족애'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 가족애는 이웃사촌을 포함한다. 마지막 선우와 보라의 결혼식에서 친인척 사진 촬영 때 쌍문동 사람들이 함께했듯 이번 시리즈의 남편찾기 스토리는 가족애 안에서 움직였다. 택(박보검)과 정환(류준열)의 우정이나 겹사돈처럼.

기존의 '첫사랑의 신화'가 선우(고경표)와 어긋나면서부터 무너지고 제작진이 선호하는 이른바 츤데레 남자주인공이 결국 남편이 아니었다는 것도 시리즈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나 아예 드라마는 포커스 자체가 처음부터 달랐다. 마지막 회가 마치 두 자매(보라-덕선)의 이야기처럼 보여지는 것도 그렇기에 무리는 아니다. 
보는 이들마다 다르겠지만 마지막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뭉클했던 장면으로 꼽는 장면은 마치 타임워프를 한 듯 과거로 돌아간 덕선(혜리)이 택의 방에 옹기종기 모인 쌍문동 친구들을 보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힌 채 '너희 왜 여기있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다.
"눈물 겹도록 푸른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는 목소리와 함께 현재에서 다시 1988년으로 돌아간 덕선은 택의 방으로 달려갔고, 그 곳에서는 여느때처럼 정환, 동룡(이동휘), 선우(고경표)가 둘러앉아 방문 앞에 선 덕선을 바라봤다.
가슴시린 청춘. 친구들의 모습애 덕선은 눈물 젖은 목소리로 "너희들이 왜 여기있어?”라고 물었고 정환은 "왜 여기 있긴"이라며 "'영웅본색' 빌려놨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선우는 이런 덕선에 "너 왜 울어?"라며 "또 보라 누나한테 맞았어?"라고 물었다.
이 장면이 더욱 슬프게 다가온 것은, 러브라인의 예민함을 걷어낸 천진난만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 특히 '어남류'에게는 정환이 마치 덕선에 대한 가슴 아픈 첫사랑을 겪기 전의 해맑은 모습인 것만 같아 더욱 아련하게 다가온다.
이번 시리즈는 또한 알콩달콩 순도 100%의 해피엔딩이었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에게는 비극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우-보라(류혜영) 커플이 동성동본을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해피엔딩도 있었지만, 그 때 그 시절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뿔뿔히 흩어졌다. 재개발로 쌍문동 골목 사람들은 하나 둘 쌍문동을 떠난 것. 그리고 현재 가족이 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골목친구 5인방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제 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덕선의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은 이번 시리즈는 그렇기에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노스텔지어다.
더불어 어른 덕선(이미연)은 인터뷰 도중 남편 택과는 달리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젊고 태산같던 부모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라고 말하고 눈물을 보였다. 
"쌍팔년도 우리의 쌍문동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그 골목이 그리운 건, 단지 지금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곳에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한 데 모아놓을 수 없는 그 젊은 풍경들에 마지막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제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 nyc@osen.co.kr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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